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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호] 치매, 피하기보다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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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호] 치매, 피하기보다 대비해야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8.05.10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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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필연적 결과…조기진단 시 치료 가능해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8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순재 씨는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체력과 암기력에 문제가 없다보니 연기에 대한 열정도 그대로라며 “다만 치매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치매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 전체의 삶을 힘들게 하는 질병이다.

 
피할 수 없으면 준비하라
현재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만큼 치매는 이제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그 어떤 질병보다 밀착된 돌봄을 필요로 하지만 가족들의 심적 고난이 보통이 아닌데다가 현대 의학기술로는 완치할 방법이 없다는 인식도 치매에 대한 거부감, 그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치매가 내 부모나 내 남편이나 아내 등 가족, 심지어 나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두려워 피하기보다는 예방하고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즉 치매가 고령화 사회의 필연적 결과인 만큼 그 누구도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피할 수 없으면 준비하라”는 권고인 것.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급격하게 증가해 가장 최근인 2017년 국내 65세 이상의 성인 중 치매 환자의 수는 약 72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2017년을 기준으로 10년 전보다 약 32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 노인인구의 증가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더 이상 치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상 단백질이 기억력 감퇴, 환각일으켜
치매는 어느 순간 대화가 어려워지고 균형 감각을 잃어가며 서서히 찾아온다. 환자는 물론 주변인까지 고통에 빠뜨리는 이 무서운 질병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속에 쌓여 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인이라면 형성되지 않는 베타 아밀로이드는 치매 환자의 경우 뇌 속에서 분해되지 못해 지속적으로 쌓인다고 한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면서 형성된 신경섬유의 농축된 다발은 뇌세포와 뇌세포 간 연결을 끊어뜨리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인지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치매’하면 보통 기억력 감퇴가 주를 이루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떠올리지만 인지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감소하고 환각 증상이 나타나는 파킨슨병 치매의 고통은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킨슨병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은 근육이 굳어가는 근육 강직, 움직임이 점차 둔탁해지고 느려지는 서동증,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는 보행 장애에 시달린다. 또한 극심한 잠꼬대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기도 하는데 이는 근육 기능의 이상이 수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취하게 하는 이유이다.

제대로 알고 준비하며 예방해야
어느새 치매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고 말았다. 보건복지부의 조사는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를 앓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만일 나 자신이, 내 가족 중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박건우 교수는 “치매는 언제든 나에게, 그리고 내 주변에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심지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스스로를 체크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기에도 수월해진다고.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지만 중년의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는 치매는 조기 진단 시 30%의 완치율을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두고 치매를 준비·예방·관리할 필요가 있다.

뇌 건강 체크 필수…조기 진단하면 완치 가능해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약은 없으나 치매가 불치병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현재 치매환자는 이상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분해를 돕는 억제제를 투약 받으며 병의 진행을 늦추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뇌 속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 중이며 최소 5년 이내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연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손상된 뇌 조직을 재생시키고 치료할 수 있는 임상실험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아울러 개인과 가족 단위의 노력도 필요하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지교육을 통해 뇌를 자극해야 한다. 단순 산수 문제나 글자 완성, 노래 이어 부르기 등 지속적으로 뇌를 운동시키는 것이 도움이 되며 뇌 건강을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설마’라는 안일한 대처가 치매를 불러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인만큼 자신의 뇌 건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직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국가책임제 속 ‘가족유대’ 탄탄히 해야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치매 국가책임제’에는 ‘치매부담 없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선언이 담겨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치매인구의 증가와 치매가족에 대한 고통의 심화,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급증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그동안의 미흡했던 지원체계와 불충분한 정책을 보충, 강화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치매는 무엇보다 가족 간의 탄탄한 유대가 근간이 되어야 극복이 가능하다. 실제로 나병승 작가가 쓴 <어머니가 트시다>를 보면 치매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어머니의 초기 치매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똘똘 뭉친 가족들이 얼마나 끈끈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나병승 작가는 “어머니에게서 증상이 보였지만 무슨 큰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치매’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았다”면서 “다만 혼돈이나 망각의 상태가 가끔 있어 ‘트시다’라고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족 중 어느 한 사람에게만 책임 지우지 않고 치매 당사자와 사소한 이야기라도 나누면 치매에 대한 돌봄과 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이 사라져버린 현실과 싸우는 당사자에게는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와 끊임없는 사랑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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