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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호] ‘브랜드’보다 ‘원료’…판도 바뀐 화장품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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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호] ‘브랜드’보다 ‘원료’…판도 바뀐 화장품 시장
  • 추재영 기자
  • 승인 2018.03.12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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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성분·원재료 확인하고 구입하는 ‘체크슈머(Check + Consumer)'도 생겨나

[소비라이프 / 추재영 기자] 화장품 브랜드만을 믿고 화장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화장품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자연스럽게 화장품 박스 뒤에 쓰여있는 전성분을 하나씩 검토한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제품성분과 원재료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의미하는 ‘체크슈머(Check + Consumer)’라는 새로운 단어도 생겨났다. 체크슈머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독성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등 화학물질과 관련된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져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자 가능한한 화학물질을 배제하거나 최소화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등장했다.

성분 분석하는 앱으로 전성분 관심 높아져

 
화장품 시장에서 체크슈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성향과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 이슈 그리고 국내 최초 화장품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의 영향이 있었다. ‘화해’ 앱이 등장하기 전 화장품 성분을 인지하고 있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회사 마케팅이나 블로거 리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화해는 미국 환경보호그룹(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과 대한피부과의사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전성분을 분석한다. EWG등급으로 위험도를 나눈 성분들은 초록색은 안전, 노랑색은 주의, 빨강색은 위험으로 표기돼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밖에도 지성·건성·민감성 피부에 좋은 성분이 몇 개나 함유되어 있는지와 자외선 차단, 미백개선, 주름개선 등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분석해 표기하고 있다.

또한 화해 앱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직접 남긴 리뷰와 평가를 통해 매해 상반기, 하반기로 나뉘어 ‘베스트 신제품’과 ‘화해 뷰티 어워드’를 열어 좋은 평을 받은 제품을 선정한다.

입소문만으로 ‘대박’나는 중소 화장품
이러한 화장품 분석 앱이나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은 제품은 중소기업 제품이더라도 화장품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 2006년부터 천연화장품을 만들어오고 있는 ‘시드물’과 EWG가 운영하는 퍼스널 케어(화장품) 부문의 제품 안정성 인증 프로그램을 통과한 ‘아로마티카’, 천연유래기능성 화장품 ‘아이소이’, 더마코스메틱(화장품+의약품) 브랜드 ‘아토팜’ 등이 입소문으로 성장한 천연화장품 중소기업 업체다.

특히 아포탐, 제로이드, 리얼베리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잇츠한불’의 자회사 ‘네오팜’은 눈에 띄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달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오팜’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0.5억원, 37.8억원를 기록했다. 또한 SK증권은 올해 ‘네오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5억원과 17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아토팜’ 등의 ‘네오팜’ 브랜드가 화해 앱에서 줄곧 좋은 평을 들으며 랭킹 상위권을 유지해왔고 ‘리얼베리어’가 지난해 싱가포르, 대만 왓슨스에 입점한 데 이어 중국 위생허가를 취득해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기농 화장품, 2020년 156.9억 달러 규모
화장품 속 화학성분을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유기농 화장품 시장규모가 날로 성장하고 있다. 화학성분이 배제된 화장품에 대한 수요 증대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국에서는 소아 아토피 알레르기 질환 환자의 증가로 천연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극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피부 자극이 적은 천연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유기농 화장품 매출액은 7,171억 원 규모로 나타났다. 또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소비자 인식증가, 유통구조 확대, 대체재 부재 등의 이유로 유기농 화장품이 전 세계적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돼 2020년에는 156.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유기농·천연화장품 국내인증기관 없어 혼란
유기농 화장품은 까다롭고 명확한 규정이 명시돼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유기농 화장품의 요건은 95% 이상 유기농 원료, 식물 원료 및 식물유래 원료, 미네랄 원료 및 미네랄유래 원료, 물로 이뤄져 있어야 한다. 자연대체 곤란한 합성원료는 5%에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전체 구성원료 중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되어야 한다. 제품명에 유기농을 표시하고자 하는 경우 유기농 원료가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 구성성분의 중 95% 이상이 유기농이어야한다.

하지만 유기농 화장품의 국내 인증기관이 없고 국내 인증제도가 미비해 천연화장품, 자연주의화장품, 친환경 화장품 등의 용어가 섞여 사용되고 있어 등 소비자의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또한 유기농 규정을 지켜 제조된 화장품임에도 해외 수출 시 국내 유기농 제품 인증 서류가 없어 낮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월 10일 화장품업계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제도를 도입해 허위·과장으로부터 소비자와 생산기업을 보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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