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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호] 끊이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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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호] 끊이지 않는 최저임금 인상 논란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8.02.0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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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대책 마련 필요해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이다. 역대 최고 수준인 최저임금인상액으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것으로 사실상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사업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높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운영시간을 단축하거나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김밥, 치킨, 햄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저임금인상을 빌미로 한 편법적 가격 인상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 물가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최저임금 인상 ‘반드시’ 필요해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근로자 생계 개선과 임금 불평등 완화에 크게 기여하며 분수 경제 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전체적인 인건비가 증가하고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이윤축소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최저임금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물가 상승, 수출감소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 현시점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의 큰 혜택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하면서,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등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필요하면 추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OECD 삶의 질 지표에서도 가계금융자산, 가처분 소득 등을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 만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회피하는 편법 늘어

최저임금은 인상됐지만 이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 또한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까지 별대로 지급하던 식대, 교통비 등을 올해부터 기본급으로 전환해 지급하겠다는 통보를 들었다”며 “결국 받는 월급은 지난해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의 동의 없이 상여금, 식대, 교통비를 기본금에 포함하기 △휴게시간 확대 △시간외수당 지급 거절 △유급휴가 연차휴가로 대체 등의 편법과 꼼수가 자행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등의 변경은 반드시 당사자가 동의하고 근로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특히 미용업계나 건축사무소 등 ‘도제식’으로 운영되는 분야의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월급을 올려달라고 항의할 경우 좁은 업계에서 이른바 ‘찍힐까’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불법적 가격 인상 단속할 것”

 
최저임금 인상이 확정됐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부분은 바로 물가 상승이었다. 증가한 임금의 부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다시 소비자가 그 부담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롯데리아, KFC, 모스버거 등 햄버거 업계와 한식 프랜차이즈 신선설농탕, 놀부부대찌개, 죽이야기 등 외식업계가 줄줄이 주요메뉴의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맥도날드 등의 다른 외식업계에서도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가격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해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한 인플레이션 심리 확산 가능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11일부터 3월 18일까지 행정안전부, 지자체 합동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운영해 현장점검과 단속에 나선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생활 밀접 분야에 대한 불법적인 가격 인상 행위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 등 불공정행위가 적발됐을 시 엄중히 조치하기로 했다.

구조적 정책 방안 모색 필요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을 불러일으키고, 소상공인의 생업을 위협시키는 불온한 변화일까?
강승복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2015년에 발표한 논문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10% 인상됐을 때 전체 임금은 약 1% 정도 상승하며 물가는 약 0.2~0.4%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출 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이 낮은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증가로 사업체 운영에 큰 타격을 입는다고 말하는 편의점이나 개인업주 등의 실질적인 문제는 높은 프랜차이즈 가맹비나 월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조물주보다 건물주’라고 불릴 정도로 좋은 상권에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들은 가만히 앉아 임대료 수익을 챙긴다. 서울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좋은 상권의 경우는 한 달 임대료가 천만 원에서 ‘억’대로까지 넘어간다.

이러한 임대료는 가게 총지출액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계약이 만료된 후 건물주가 퇴거 명령을 내리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건물주에게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하는 편의점 업계 또한 총지출액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카드 수수료다. 즉 대기업의 배는 불리며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은 최대한 줄여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경제가 성장할 때 “나라 경제 발전이 먼저”라는 인식 속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당연한 인식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금은 결코 그런 구조로 흘러갈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는 인건비 인상으로 힘들어질 소상공인을 위해 근시안적 대책 마련이 아닌 프랜차이즈 가맹비, 임대료 조정 등 구조적 정책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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