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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호] “돈 걱정 말고 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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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호] “돈 걱정 말고 제작해!”
  • 정승민 기자
  • 승인 2018.01.0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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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소비라이프 / 정승민 기자]  창작자가 무언가를 창작하는 데에 소요되는 노력보다 더 힘든 것은 아마 ‘자금 마련’ 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 출신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비록 37세 젊은 나이에 자살로 삶을 마감했지만 <별이 빛나는 밤에>, <밤의 카페> 등 세기의 명작을 남겼다. 가난함에 시달리던 그가 그림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의 동생 테오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작자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것은 바로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후원자다. 최근 등장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창작자와 후원자를 이어줘 창작자는 창작의 발판을 마련하고 후원자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을 누구보다 빨리 가질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중의 힘으로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
 
현대 사회는 ‘콘텐츠’ 싸움이라고 할 만큼 콘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에 따라 많은 창작자들이 아이디어를 콘텐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과정에선 ‘자금’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의미하는 펀딩(Funding)이 합쳐진 말로,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크게 △대출형 △지분투자형(증권형) △후원형 △기부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출형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뤄지는 P2P 대출 방식이다. 즉 금융기관을 거쳐 거래하는 것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사람과 사람끼리 직접 금융거래를 한다. 자금이 필요한 자는 필요한 금액에 대한 액수와 상환 계획 등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알리고 돈을 빌린 후 원금과 함께 이자를 상환한다. 자금이 있는 자는 빌려줄 수 있는 여윳돈 내에서 타인에게 돈을 빌려준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은 영국의 ‘조파(Zopa)’가 세계 최초로 시작했으며 국내엔 ‘팝펀딩’, ‘머니옥션’ 등이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이윤을 얻기 위해 비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는 주식·채권 등의 증권을 보상으로 받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일명 크라우드펀딩법)>이 법제화 되면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본격화됐다. 현재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제도 시행 2년이 채 되지 않아 펀딩성공금액 430억 원을 돌파할 정도로 국내에서 자리 잡은 편이다. 이밖에 △기부형은 보상의 조건 없이 기부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창작자과 후원자를 연결하는 크라우드 방식은 바로 △후원형이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10년부터 자리 잡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과 ‘와디즈(Wadiz)’가 대표적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아이디어만으로 후원자 사로잡아야해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은 창작자가 해당 플랫폼에 제품이나 공연, 음반 등을 제작하고 싶다고 알리고, 후원자는 이를 보며 후원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아직 시제품으로 제작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실제로 만져보거나 살펴볼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후기를 찾아볼 수도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창작자는 가능한 한 후원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창작물을 만들건지에 대한 이야기와 아이디어, 구체적인 계획, 후원금액에 따라 제공할 제품 등을 명확하고 시각적으로 전달해야만 한다. 
 
후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프로젝트의 경우 목표금액 100%는 물론 두 배, 여섯 배, 열 배 가까이 후원금액이 모이며 크게 성공하기도 하는 반면, 후원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프로젝트는 목표금액이 채워지지 않아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의 결제 방식은 후원 결정 후 바로 대금 지불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설계 당시 정해놓은 마감일까지 목표한 금액을 달성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때 결제가 이뤄진다.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하면 결제도 이뤄지지 않는다.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는 다양한 창작 콘텐츠와 후원이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 tumblbug.com)
만들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가능하게 해
 
국내 최대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1,507개의 프로젝트가 총 106,726명의 후원자를 만나 목표에 달성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의 액수만 해도 66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는 텀블벅이 서비스를 시작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누적 후원금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그만큼 최근 폭발적으로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텀블벅에서 후원이 이뤄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후원자는 여러 프로젝트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발견했을 시 밀어주기(후원)를 통해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 후원자는 후원금액을 지불하고 이에 상응하는 ‘선물’을 선택할 수 있다. 후원금액이 높아질수록 받을 수 있는 선물도 늘어난다. 예를 들어 최근 진행된 작곡가 ‘세레노’의 정규 3집 크라우드 펀딩은 18,000원 이상 후원하면 정규 3집 사인 CD 앨범 1개, 35,000원 이상 후원하면 사인 CD 앨범 1개와 함께 악보집이, 50,000원 이상 후원 시 사인 CD 앨범과 악보집, 일러스트 엽서 등의 선물과 함께 앨범 내 후원자명이 게재되는 혜택이 주어졌다. 
 
크라우드 펀딩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정확하게 명시된 금액만을 지불하고 며칠 이내에 받아보는 인터넷 쇼핑 방식과 달리 프로젝트 성공을 함께 바라고 후원하고 싶은 금액만큼 후원하며, 창작물을 함께 완성해나간다는 데 차이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창작하고자 하는 그 어떤 것이든 가능하게 한다. 게임, 공연, 디자인, 만화, 미술, 사진, 영화, 음악, 출판 등 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평화의 소녀상’ 프로젝트, 이틀 만에 1억 돌파
 
텀블벅 플랫폼에서 현재까지 역대 최대 규모로 후원금이 모인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2월에 진행된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정부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를 비판하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평화의 소녀상’을 10~30cm 높이로 소장가능하게 제작해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로 실시됐다. 목표금액을 1억 원으로 정하고 제작비를 제외한 후원금 전액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에 기부하는 것을 약속했다. 
 
이 프로젝트는 런칭된지 이틀이 채 되지 않은 46시간 11분 42초만인 2월 5일 오후 1시 34분, 목표금액인 1억 원을 돌파했으며, 종료 예정일이었던 3월 31일, 9003명의 후원자와 2억6,652여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텀블벅 플랫폼이 등장한 이래 후원금이 2억 원을 돌파한 경우는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와 미국의 호러게임을 한국어판으로 번역하는 ‘크툴루의 부름’ 프로젝트로 단 2건에 불과하다. ‘크툴루의 부름’ 프로젝트는 모금을 시작하고 2달 만에 2억 6백여 원을 모으며 국내 게임 관련 소셜펀딩 사례 중 최고 후원금을 기록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 확보가 어려운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을 후원해 다양성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지난 2016년 6월 처음으로 영화 펀딩을 시작한 이후 계속해서 영화 관련 펀딩을 시행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23일,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는 개봉관 확보를 위해 채권형 상품으로 펀딩을 시작한 지 역대 최단 시간인 26분 만에 목표금액 2억 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트래픽이 증가해 서버가 마비되는 등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목표금액이 달성된 이후 24일 종료된 이 펀딩에는 507명의 투자자들이 참여해 목표금액 245%를 달성하며 4억 8,9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스토리펀딩, 미디어 제작을 위한 후원
 
지난 2014년부터 ‘스토리펀딩’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는 출시 944일이 된 지난해 4월 29일 누적 후원금 100억 원을 달성했다. ‘스토리펀딩’은 창작자와 후원자를 연결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콘텐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으로, 콘텐츠 창작자는 독자들의 후원으로 생계의 걱정 없이 창작만 집중할 수 있는 제작비를 모을 수 있고 기획부터 상용화까지 이뤄낼 수 있다. 
 
스토리펀딩은 월 1회씩 자동결제가 이뤄지는 정기펀딩 형식인 ‘피플펀딩’과 금전적인 후원 외에도 창작자를 응원하기 위해 ‘하트펀딩’ 등 다양한 후원방법이 존재한다. 하트펀딩은 창작자가 제작한 창작물에 대해 하트를 눌러 콘텐츠를 응원하고, 미션에서 목표하는 하트수에 도달할 경우 창작자는 참여자를 위한 공약을 실천한다.
 
텀블벅과 와디즈가 보다 트렌디적이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 제작 등을 중심으로 한다면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은 ‘저널리즘’ 카테고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스토리펀딩에서는 동아일보 디지털통합뉴스센터, 중앙일보 데이터저널리즘, 시사IN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더 나은 미디어 제작을 위한 후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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