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제123호] 안개 속 암호화폐 시장
상태바
[제123호] 안개 속 암호화폐 시장
  • 민종혁 기자
  • 승인 2018.01.03 1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실명제 도입하고 거래소 폐쇄도 검토

[소비라이프 / 민종혁 기자] 하루가 다르게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1만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으며 전 세계에서 하루 동안 약 134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은 비트코인 열풍에 이어 다른 암호화폐 시장에도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학생, 주부, 회사원 너나 할 것 없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매시간 오르고 떨어지는 비트코인의 추세만 지켜보고 있다는 주변 이야기도 속출한다. 미국 CNN은 최근 “한국이 비트코인에 열광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한 데 이어 과세 방침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발행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화폐
 
비트코인,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통화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것’은 대체 뭘까. 가상화폐는 지폐·동전 등의 실물이 없고 컴퓨터, 온라인을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디지털 화폐 또는 전자화폐를 말한다. 즉 가상화폐는 가상공간에서 결제되는 거래를 범용적으로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정확히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란 의미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 부른다. 국내에선 ‘가상화폐’로 용어가 굳어졌지만 해외에선 주로 암호화폐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상통화(Virtual Currency)’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아직 용어의 통일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로 불리지만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프로그래머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든 화폐다. 비트코인은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중앙기구의 화폐 관리 독점에 반발해 만들었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달리 화폐를 발행하는 ‘발행 주체’가 존재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유통된다. 
 
중앙기구가 없는 화폐라면 누가 발행을 하는 걸까? 바로 ‘누구나’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산업에 빗대 ‘캔다’, ‘채굴한다’는 뜻인 마이닝(Mining)이라고 불린다. 이런 비트코인을 만드는 이를 ‘마이너’(Miner·광부)라 한다. 마이너들은 컴퓨터로 연산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다. 채굴의 난이도는 비트코인이 채굴될수록 계속해서 어려워진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어려운 채굴 대신 거래소에서 환전하듯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것을 택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비트코인은 중앙기구를 거치지 않고 P2P(Peer to Peer) 형식으로 거래해 서로 다른 나라에 있어도, 서로 모르는 사이여도 비트코인 ‘지갑(계좌)’만 있으면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중앙기구가 없기 때문에 화폐의 가치 보증이 어렵다. 
 
비트코인의 또 다른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전체 통화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각 나라의 화폐는 경제 상황에 따라 새로 발행하는 화폐의 양을 조절하지만, 비트코인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전체 통화생산량을 총 2,100만 개로 제한해놓았다. 현재까지 약 1,700만 개가 채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트코인 종류 1천여 개 넘어 
 
처음 비트코인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를 실물가치가 있는 ‘돈’으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실물가치가 있는 화폐로 보는 움직임이 나타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처음 비트코인 거래소가 생겼다. 
 
비트코인의 ‘열풍’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자 새로운 암호화폐들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들은 ‘알트코인(대안코인)’으로 불리며 현재 1천여 개가 넘는 알트코인이 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서는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 △이더리움?△리플 △라이트코인 △대시 △이오스 △모네로 △퀀텀 △이더리움?클래식 △제트캐시 등 총 12가지의 암호화폐가 거래되고 있다.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이 절반 이상(56.58%)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이더리움(11.90%), 리플(5.70%), 비트코인 캐시(5.45%), 라이트비트코인(2.71%) 순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로,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Vitalik Buterin)이?개발했다. 올해 들어 가격이 가장 많이 치솟은 이 암호화폐는 현재 코인 시장의 2인자로, 비트코인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더리움은 단순 지불, 결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더 해 토지 소유문서, 예금증서, 주식증서 등 거래내용을 장부에 모두 기록하는 분야까지 확장한 ‘범용성’이 특징이다. 
 
지난달 28일 빗썸 거래소를 기준으로 1코인당 비트코인 약 2천1백만 원, 이더리움 1백여만 원, 비트코인 캐시 약 3백8십만 원, 대시는 약 1백6십만 원을 넘나들며 거래되고 있다. 
 

관련 종목의 2017.9.1. 주가를 100으로 환산하여 지수화해 산출 / 출처: 금융위원회(2017.12.13)

기존 비트코인에서 분화하는 ‘하드포크’
 
2009년에 생겨난 비트코인이 왜 올해 들어서 갑자기 주목을 받게 됐을까. 그건 올해 들어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초까지만 해도 1코인당 100만 원 안팍이었던 비트코인은 11개월 새 1천만 원을 넘고, 다시 한달만에 2천만 원을 돌파했다. 시가총액은 345조 원을 넘었다. 
 
비트코인 거래소 빗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 회원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후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했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증가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여기에는 비트코인 총채굴량이 한정되어있다는 점이 맞닿아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비트코인은 전체 통화생산량이 총 2,100만 개로 제한돼 있다. 모든 재화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 비트코인은 공급은 정해져 있고 수요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구조다. 
 
암호화폐의 사회적 위상 변화로 인한 신규투자자의 유입 외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데에는 하드포크, 선물거래 등의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 캐시와 비트코인 골드는 비트코인으로부터 하드포크(Hard fork)돼 탄생한 암호화폐다. 즉 비트코인의 이용량이 거대해지자 거래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일종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갈라진 코인이다. 분화되어 나온 코인은 기존 비트코인 시스템과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화폐라 볼 수 있다. 
 
 
하드포크가 진행되면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에게 하드포크로 탄생한 코인이 보유한 수량만큼 무상으로 주어진다. 예를 들어 0.05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면 0.05 비트코인 골드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하드포크로 인해 분화된 새로운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하드포크가 이어질 예정이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으면 무상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상승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난달 10일 미국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이어 18일 시카고선물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나스닥(Nasdaq) 또한 올해 상반기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예고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선물거래 상장을 기존 금융 제도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물 거래소인 시카고선물거래소(CME)는 지난달 18일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사진출처: www.cmegroup.com)
정부, 거래소 단속 강화 및 규제 도입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투기’와 ‘투자’ 속에서 매일 널뛰기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암호화폐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처럼 폭주하거나 한 고등학생이 트위터에 거짓말로 쓴 트윗(Tweet) 하나만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이를 정상적인 시장 구조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지난달 19일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은 연이은 해킹으로 인해 약 175억 원의 피해를 입고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부인가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투자자를 보호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투자자는 보호받을 곳이 없다.
 
최근 정부는 시장에 안정을 꾀하기 위해 암호화폐 규제 마련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새로운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이를 다시 암호화폐로 분배하는 방식인 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공개) 전면금지조치를 내린 것에 이어 지난달 28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하고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3일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을 마련한 이후 15일 만에 나온 추가대책이다. 이번 특별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본인확인이 어려운 현행 방식의 가상통화 거래소 가상계좌 활용을 전면 중단하고 올해 1월부터 가상통화 거래에 실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거래자의 명의가 확인된 은행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한 은행 계좌 간에서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서비스’로 전환된다. 정부는 해당 지시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거래소에 대해선 금융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관계부처가 가상통화 투기가 비이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까지 제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추후 상황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를 강제 폐쇄할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편 올해 소비자권익 보호를 위해 가칭 ‘한국가상화폐거래소협회’가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국가상화폐거래소협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학계, 투자자, 정보기술(IT)기업, 해외 관련 기업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가상화폐의 가치와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를 목표로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