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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호] 흠집 있어도 괜찮아! B급 상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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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호] 흠집 있어도 괜찮아! B급 상품 전성시대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7.12.1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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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직장인 A씨는 노트북을 새로 사기 위해 틈날 때마다 ‘리버프 제품 전문 사이트’를 방문했다. 처음에는 새 노트북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똑같은 성능을 지닌 제품을 잘만 하면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리퍼브 제품으로 구매하기로 마음이 바뀌었다. A씨는 그덕에 100만 원 상당의 노트북을 55만 원에 구매할 수 있었다. A씨는 “득템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저렴하게 노트북을 구매한 것을 기뻐했다. 이처럼 최근 리퍼브 제품의 인기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이란, ‘새로 꾸미다’란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유래한 말로, 우리말로는 ‘재공급품’을 뜻한다. 

 
새 상품과 성능 같으면서 훨씬 저렴해
 
 
리퍼브 제품은 전시용으로 사용된 제품이거나 반품 제품, 약간의 흠집이 있는 제품 등의 ‘B급 제품’을 말한다. 이미 소비자가 한 번 사용한 제품을 뜻하는 중고와는 다르다. 또한 제품의 큰 하자가 있어 반품된 제품이 아닌 구매자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만을 취급한다. 이처럼 리퍼브 제품은 새 상품과 성능은 같으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리퍼브란 개념이 외국에서부터 우리나라로 들어온 초기만 해도 우리나라 대다수 소비자는 ‘새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리퍼브 제품이 크게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실속파’ 소비자들이 시장 전반에 자리 잡고 ‘합리적인 소비’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리퍼브 제품 또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노트북, 컴퓨터 본체, 모니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주로 판매되던 것에서 소파, 침대, 식탁 등의 가구 전반과 가전제품, 주방용품 등 생활 전반에까지 널리 확대됐다. 이처럼 리퍼브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자 리퍼브 제품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나 전문 매장까지  생겨나고 있다.
리퍼브 전문 매장인 ‘올랜드아울렛’은 지난 2010년 경기도 파주에 처음 매장을 신설한 이후 서울, 제주, 부산 등 15개의 매장을 개점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부산 지역에 부산직영점을 오픈한 올랜드아울렛은 오픈 1년 반 만에 매장 규모가 배로 확대되며 전국 지점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반품족’ 늘어나면서 리퍼브 시장도 성장
 
 
리퍼브 제품의 성장은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일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2017년 9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6조 8,466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5조 3,649억 원으로, 불과 1년 사이에 1조 4천억 원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온라인 쇼핑 규모가 급증하고 있지만 물건을 실제로 보고 구매할 수 없다는 온라인 쇼핑의 단점 때문에 반품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신한카드 이용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구매자의 18.5%가 해당 기간 동안 반품한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용 건수 기준으로는 10건 중 3건이 반품되고 있었다.
 
또한 3개월간 3건 이상 반복적으로 반품한 이력이 있는 소비자의 비율은 5년 전과 비교해 50.6%나 증가했으며 10건 이상 습관적으로 반품한 소비자도 123.9%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반품족’이 늘어나는 만큼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제품을 판매하는 리퍼즈 매장의 인기도 높아져 리퍼브 매장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2012년 대비 2016년에 61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시장
 
 
리퍼브 제품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정착된 판매 방식이다. 아마존, 베스트 바이, 월마트 등에서도 쉽게 리퍼브 제품을 구할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선 리퍼브 제품은 ‘친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은 ‘흠집 하나 없는 새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제조사는 제조 과정 중 제품에 약간의 흠집이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 봐 폐기처분 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제품을 만들기 위해 쓰인 에너지와 자원 등이 모두 낭비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리퍼브 제품 소비가 활성화된다면 제조사는 버려지는 제품을 최소화할 수 있고 낭비되는 자원을 줄여 환경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소비자는 성능에 문제가 없는 제품을 기존 판매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즉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시장이다.
 
유통기한 임박하거나 흠집난 과일 싸게
 
최근 리퍼브 시장은 음식, 과일 등의 식재료에서도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재료에 ‘유통기한’을 표기해 판매하는데 유통기한은 ‘판매점에서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최종 기간’을 의미할 뿐 꼭 기간 안에 섭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소비기한’ 내에 섭취한다면 건강이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평균 20%가량 더 긴 편이다. 일본, 캐나다,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소비기한을 표기하거나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식품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상하지 않았음에도 버려지는 음식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다. 한국식품공업협회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식품의 손실 비용은 연간 6,500억 원 수준이며 여기에 수거와 폐기비용까지 더하면 약 1조 원에 달한다. 이에 최근에는 유통기한이 임박했지만 이상이 없는 식재료나 흠집이 난 과일, 채소 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브 식품 거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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