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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호] “선 산업, 후 규제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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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호] “선 산업, 후 규제로 전환해야”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7.12.19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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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규제 완화 시 16가지 소비자 편익

[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 올해의 최대 금융이슈는 단연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3일 케이뱅크, 7월 27일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현재 두 은행의 가입자는 5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규제가 완화되지 않은 채 시범인가 방식으로 출범된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ICT 기업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워 운영상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단순히 또 하나의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으로써 금융시장 전체에 혁신적인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가져오기 위해선 은산분리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16일,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은산분리규제 해결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이틀 연속 개최됐다.

 
은행 혁신 위해 은산분리규제 검토 필요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범위를 기존 은행과 동일하게 하는 은산분리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진입을 막고, 수익성을 못 맞추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지난달 16일 주최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 된다’ 세미나에서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은산분리 유지의 근거가 재벌기업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재벌그룹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25%에서 10%로 줄이고, 대주주 발행 주식 취득 제한을 자기자본의 1% 이내에서 아예 금지하는 등 방안이 매달 금융당국에 보고되고 있다”며 “당장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 지분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이어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담당자의 ‘인터넷전문은행 현황과 향후 전망’ 발제에서 담당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을 위해선 은산분리규제 완화 등의 법적,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다음날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금융소비자를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문제 해결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최운영 국회의원(국회 정무위원회)과 금융소비자연맹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규제 완화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자유롭게 오갔다. 
 
최운열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벌써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된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이러한 논의를 아직도 해야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낙후된 은행 산업에 새로운 경쟁과 혁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은산분리규제를 비롯한 여러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또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인 8%를 맞추기 위해 그만큼 자본을 확충해야 하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규제로 인해 증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체제 방어 위한 규제 고수는 발전을 저해
 
 
이날 발제를 맡은 이석근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졌던 기존 금융권에 자극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은산분리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산분리규제는 1961년 이후 산업자본(재벌)의 금융산업 지배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규제로, 당시 취지는 이해되나 현재 금융 및 산업 환경은 변화했고 더 이상 그러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 미국 등의 해외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의를 거쳐 규제 완화로 결론을 내고 사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1997년 산업자본 은행지분 보유한도 20% 폐지했으며 2000년 비금융기업 등이 은행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면허심사 및 감독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미국은 1999년 그램-리치-브라일리(Gramme-Leach-Bliley Act; 금융서비스현대화법) 도입과 ILC(Industrial Loan Company; 산업대부회사) 제도를 통해 산업자본이 실질적으로 은행의 소유와 경영이 가능해졌다.
 
이 교수는 “은산분리규제 완화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장점이 단점을 월등히 웃돌 경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고려하되, 폐단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의 관리를 강화하거나 사전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의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규제 고수는 국가 발전을 저해시킨다”고 말했다.
 
은산분리규제 완화에 관해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점은 ‘재벌의 사금고화 가능성’과 ‘금융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금융산업 파행과 리스크 제고 및 감독 비용 증대’ 등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재벌의 사금고화는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 △자연인이 동일인인 경우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은 현행 은산분리규제 유지 △주기적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금감원 모니터링, 업무 보고서상 동일여신 한도 준수 여부, 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체크 등을 통해 상시 점검 △법인 대출 금지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은산분리규제 완화 시 시장에 가져올 직·간접적인 혜택으로 △여신금리인하 △수수료인하 △예금금리 인상 △고객편리성 증대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4차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사회적 경제 △규제 선진화 △기존 금융산업 구조조정 △경쟁성장 △산업융합과 시너지 △금융과 실물 경제 △소득주도 경제 △해외경쟁사 침투대비 △금융국제화 해결책 등 총 16가지를 제시했다.
 
더불어 이 교수는 “기존 은행은 고신용자에게 저금리를 제공하고 저신용자에게 고금리를 제공하는 등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했음에도 공공성이란 이름으로 기존 은행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KT와 카카오뱅크 등의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행동 패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만이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사금고화 우려, 현실적이지 않아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토론자로 나선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의 사금고화에 따른 산업자본과 은행의 동반 부실 가능성을 제시하며 은산분리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맹 교수는 “은행의 공공성 측면에서 건전성 유지는 매우 중요하고 은행의 부실화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규모적이기 때문에 은산분리규제 완화 문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소유지분 제한 이외의 사후적인 감독으로는 시스템 연결·전이 리스크의 관리나 소비자 피해방지 등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재벌 구조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경제력 집중이 문제 될 수 있고 재벌의 비자금 조성 등 금융기관을 이용한 불법행위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산업 규모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백 조 원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을 보면 기업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금융이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산업이 금융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구글이나 알리바바 등과 같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은산분리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돼야 한다”며 “사전적 소유규제인 현행 은산분리 규제는 엄격한 자격심사를 전제한 승인제와 사후규제인 효율적 금융감독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매우 강도 높아 사금고화 예방 가능
 
이대기 한국금융연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며 “모두가 혁신이 필요한 시대라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이를 시작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조차 혁신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은산분리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업계 경쟁강화, 다양성 확대를 통해 금융소비자 편익 개선에 기여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 말하면서 “만일 은산분리규제 완화가 지연될 경우 성장성이 제한되고 흑자전환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추가 자본확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적정 BIS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없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실장은 “과거 현대증권이 지주회사였던 현대상선을 도와주지 못한 것은 금융당국의 감시가 철저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비금융부문에서 금융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으나 금융부문에서 비금융부문으로의 자금 이동은 관련 법령 및 감독 당국으로부터 엄격한 규제를 받는 상태”라 말했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규제 완화에 따른 인터넷전문은행의 사금고화 문제는 현행 규제로 예방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규제는 완화하되, 대주주 관련 재무적 지원에 대한 규제는 기존은행보다 강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기본 규제 틀은 지키되 보완장치 논의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ICT가 융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금융거래 비용을 절감하는 등 소비자 효율 극대화 및 금융산업 전반의 혁신성 제고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이 은산분리규제의 틀은 유지하되 금융혁신의 데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 외국의 성공사례 등을 고려해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해 적절한 수준에서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수준, 영업형태 등에서 기존은행과 다른 혁신적인 형태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라 전제하며 “하지만 은산분리의 기본 목적은 지켜져야 하므로 이를 훼손하지 않는 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한 보완장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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