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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된 금융협회장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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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된 금융협회장 자리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7.11.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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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출신 '캠코더'라는 비아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리다툼 치열...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80세의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가 은행연합회장에 내려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미 손해보험협회장에 김용덕 전 금감위원장이 내려 앉았다. 금융협회장 자리를 ‘모피아 올드보이들’이 꿰차기 위해 노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배경에는 해양수산부 관료들이 퇴직 후 관련 산하기관이나 협회에 낙하산으로 내려가서 기업과 결탁해 부실검사하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를 맡은 한국해운조합은 38년째 해수부 출신이 이사장을 맡았고, 선박 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중 8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에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66)이 지난 10월 26일 내정됐다. 신임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전 금감위원장으로 행정고시 15회로 재무부 국제금융국 과장, 관세청장, 건설교통부 차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모피아 출신으로 이른바 '캠코더'[캠(캠프), 코(코드), 더(더불어 민주당)] 라 불린다.
 
주목되는 점은 11월 은행연합회장, 12월 생명보험협회장, 내년 2월 금융투자협회장 등으로 이어질 협회장 인선에서 손보협회의 ‘나비효과’가 이어질지다. 민간 출신들이 ‘잠시’ 차지했던 협회장 자리를 참여정부 인연이 있는 관료 출신이 꿰차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11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는 최근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79)이 급부상하고 있다. 홍 전 부총리도 ‘모피아’ 출신이다. 게다가 그는 16~18대 민주당 국회의원이며, 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 지역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정치인’이라는 타이틀도 있다. 당초 은행연합회장에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설(68)이 유력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기류가 바뀐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 홍 전 부총리든 김 전 산은 총재든 둘 다 ‘모피아’ 출신인 점은 같다.
 
하지만,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급부상하던 홍재형(79) 전 경제부총리의 금융계 복귀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리 나이로 80세 고령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0일 최근 금융권 주요 협회장에 과거 고위 경제관료를 지낸 '올드보이' 인사들의 입성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올드보이 인사들의 하마평과 관련한 질문에 “그런 분들이 오실 우려가 있다면 그렇게(대통령에게 진언) 하겠다”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최근 금융협회장 세평을 보면서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거론되는 분 중엔 20년전에 금융수장이었던 분도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다가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2000년대에는 민주당으로 정계에 진출,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모피아는 아니지만 무역협회장도 ‘관피아’ 낙하산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인호 전 무역협회장은 임기 4개월을 앞두고 갑자기 사임의사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사임서를 제출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최근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차기 무역협회장은 전윤철 전 감사원장(78)이 거론되고 있다. 전 전 원장은 행시 4회로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감사원장 등을 지낸 고위 경제관료이면서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냈다.
 
특히 최근 거론되는 인사들 대다수가 현직 장관보다도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가까이 연배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도 시선이 곱지 않다. 일례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행시 25회지만 김용덕 손보협회장은 행시 15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회의 원로급에 해당하는 분들이 협회장 자리까지 나서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한참 어린 후배들 보기에 민망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는 “ 급속히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20~30년전 관료를 앉혀 놓고 시대에 맞는 대응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금융협회의 장자리는 모피아 올드보이의 놀이터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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