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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외식의 대명사 ‘패밀리레스토랑’...시장흐름 변화로 점점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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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외식의 대명사 ‘패밀리레스토랑’...시장흐름 변화로 점점 사라져
  • 고혜란 기자
  • 승인 2017.09.2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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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들어온지 30년 '패밀리레스토랑'...'맛집' 선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아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생일, 졸업 등 특별한 날 식사 장소로 인기였던 패밀리레스토랑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장마다 기다리지 않곤 들어가기 어려웠던 때가 있었으나 요즘은 아니다. 문을 닫거나 철수하는 등 썰렁한 분위기다. ‘예약 외식문화’를 이끌며 사랑받았던 ‘패밀리레스토랑 1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흐름에 발맞추며 선전하고 있는 토종 한식점들과 대조적이다. 부진의 역풍을 맞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30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 자리 잡아
 
 
우리나라의 패밀리레스토랑 발자취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5년 피자헛을 시작으로 외국 프랜차이즈 패밀리레스토랑 상륙이 이뤄졌다. ‘코코스’(1988년), ‘TGI프라이데이스’(1992년), ‘베니건스’(1995년), ‘빕스’(1995년),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1997년)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실내장식, 먹음직스런 외국 음식들을 앞세워 최고급 외식장소로 떠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엔 생선회와 해산물을 주메뉴로 한 씨푸드(Seafood) 전문점도 패밀리레스토랑 형태로 생겼다. 
 
획일화된 레스토랑보다 ‘맛집’ 선호
 
외식문화에 큰 변화 바람을 일으킨 패밀리 레스토랑의 화려한 날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으나 내리막길이었다. 그 자리엔 한식 뷔페집이나 이색 ‘맛집’이 들어섰다. 경기불황, 물가 오름세, 임금상승도 패밀리레스토랑을 힘들게 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 높아져 양식보다 한식을 더 찾는 흐름과 20·30세대의 낮은 구매력,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가 패밀리레스토랑의 매출을 크게 떨어뜨렸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간편식이나 배달음식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고 패밀리레스토랑은 혼자 찾아가기엔 어려운 곳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몇 년 전부터 ‘혼밥’, ‘혼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발달로 획일화된 레스토랑 메뉴보다 ‘맛집’ 인기가 높아진 것도 패밀리레스토랑 손님들을 줄게 했다. 
 
아웃백, 109개에서 80여 곳으로 줄어
 
후유증은 곧바로 나타났다. 새로운 외식 시장흐름의 한 획을 그은 패밀리레스토랑 중 우리나라 시장에서 발을 빼는 곳이 생겨났다. 마르쉐, 토니로마스 등이 영업종료 및 폐업의 쓴잔을 들었다.
 
업계 선두이던 아웃백은 영업난이 더해지면서 2013년 사모펀드에 인수돼 이듬해 109개였던 매장이 80여 곳으로 줄었다. TGIF 매장도 60곳에서 30여 곳으로 반 토막 났고 2009년 롯데리아로 팔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베니건스는 새 주인을 찾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의 사업을 정리했다. 2013년 전국에 21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2014년 18곳으로 줄었고 2016년엔 결국 영업을 접은 것이다.
 
독특한 시장형태의 매장운영으로 인기였던 마르쉐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2013년 우리나라 시장을 떠났다. 씨즐러와 토니로마스 또한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사업을 끝냈다. 
 
2003년 등장한 이랜드의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도 고전 중이다. 지난 6월에만 ‘구로2001아울렛점’, ‘수원2001아울렛점’, ‘안양2001아울렛점’ 등 6곳이 문을 닫았다. 앞서 5월에도 ‘남양주진접홈플러스점’, ‘평촌NC백화점’ 등이 영업을 멈췄다. 이로써 지난해 말 135개였던 매장이 올 상반기 10곳이 폐점해 125개로 줄었다. 애슐리는 브랜드 재정비에 들어갔다. 
 
‘가성비’ 따지는 손님 겨냥해 살아남기
 
패밀리레스토랑들은 이처럼 어려움을 겪자 살아남기 작전에 나서고 있다. 할인권(쿠폰) 팔기, 통신사 제휴할인, 메뉴개선, 영업점 줄이기, 매장 새로 꾸미기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위기탈출 대안 찾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빕스는 지난 8월 13일까지 G마켓을 통해 2명 식사 시 메인메뉴 1개 2만 원 할인권을 2,000원에 파는 행사를 했다. 결과는 할인권이 바닥날 정도로 인기였다. 아웃백은 지난 5월 11번가와 손잡고 1만1,000원 할인쿠폰(25만 장)을 1,500원에 팔자 12시간 만에 판매가 완료됐다.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이 ‘가성비’(價性比 : 값 대비 성능비율)를 따지는 손님들을 파고들고 있다. 하나씩 나오는 개별메뉴보다 샐러드바 뷔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케팅도 다각화하고 있다. 빕스, 애슐리 등은 제철재료 이용 메뉴 구성을 계절별로 하고 월드푸드마켓, 딸기 축제, 치즈 축제 등 분기마다 다양한 주제로 새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TGIF는 최근 돼지고기 등심을 활용한 스테이크 메뉴를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레스토랑이 개성 있는 메뉴를 저렴한 가격으로 새롭게 개발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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