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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사드 보복’으로 소비시장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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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호]‘사드 보복’으로 소비시장 ‘꽁꽁’
  • 왕성상 기자
  • 승인 2017.09.29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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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화장품·호텔업계, “죽을 맛”

[소비라이프 / 왕성상 기자] 한반도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소비시장과 유통업계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 관광객(游客; 유커)들 비중이 높은 곳일수록 더하다. 면세점, 화장품, 항공, 관광(호텔·숙박·운수 등) 분야는 치명타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경제보복이 누그러질 것으로 봤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직원을 줄이거나 임금을 제때 못 주는 곳은 물론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고 회사 규모를 줄이는 곳까지 생기고 있다. 소비시장과 유통업계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미지수여서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벼랑 끝에 선 면세점·호텔·관광업계
 
 
국내 소비시장과 유통업계 사람들은 지난달 7일 경북 성주에 사드 잔여 발사대 4대가 더 설치되자 비상이 걸렸다. 지난 3월 시작된 중국 정부의 방한 단체관광 금지조치 등으로 피해를 입은 데다 또 다른 ‘사드 보복’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조차 접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중국 신문 ‘환구시보’는 사드가 추가 설치된 날 “사드도 북한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악성종양”이라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회사 △롯데마트, 이마트 등 유통업계 △유커가 주 고객인 국내 면세점업계, 호텔·관광업계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중소 면세점, 경영난 ‘심각’
 
 
국내 관광객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커들 급감은 면세점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문을 연 곳과 중소 면세점들은 경영난이 심각하다. 지방일수록 더욱 그렇다. 적자사업장 정리, 면세점운영을 접는 곳까지 나왔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출국장면세점 운영권 계약(2014~2019년)을 맺었으나 지난 8월 말 영업을 끝낸다고 공시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들도 손님이 줄어 한산하다. 
 
국내 면세점시장 매출액 중 유커 의존율은 약 70%다. 따라서 유커들이 오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5월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25만3,359명. 지난해 같은 달(70만5,844명)보다 64.1% 덜 왔다. 올 2월 약 
 
1조3,000억 원이었던 국내 면세 시장규모는 ‘중국 보복’이 본격화된 4월, 1조 100억 원으로 떨어졌다. 
 
화장품업계도 어렵긴 매한가지다. 국내 화장품업계 선두권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사드 추가배치 전부터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과 유커 감소로 애를 먹고 있다. 화장품업계 1위 회사를 달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이익은 ‘반토막’이다. 중국 쪽에 힘을 쏟아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반으로 줄었다. 올 2분기 매출 1조4,130억 원, 영업이익 1,30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8%, 57.9% 떨어졌다. LG생활건강도 맥을 못 췄다. 올 2분기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 7,812억 원, 1,48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2.7% 줄었다. 화장품 브랜드숍들도 진퇴양난이다. 화장품, 유통업의 경우 중국이 ‘기회의 땅’에서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유커가 즐겨 찾는 저가 중·소호텔은 ‘최악’
 
사드 보복 피해 불똥은 호텔업계에도 튀었다. 사드 추가배치 전부터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조치(‘금한령’)로 불황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호텔 손님인 유커들 발길이 뚝 끊겨서다. 한국관광공사 통계가 잘 말해준다. 올봄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월 38.9%, 4월 65.1%, 5월 61.5% 줄었다. 
 
이에 따라 저가 중·소호텔들은 ‘죽을 맛’이다. 지방호텔은 문을 닫을 지경이다. 자금 사정이 한계에 이르자 직원, 부서를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곳도 생기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유커들이 즐겨 찾는 저가호텔은 기존 사드 여파로 최악”이라며 “사드 추가배치로 중국보복이 이어지면 영업을 멈추는 곳이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죽·의류 등 제조·생산업계도 ‘울상’
 
‘사드 보복’ 피해는 유커들이 와서 먹고 마시고 사가는 물품 쪽에까지 미치고 있다. 유흥업소, 운수업계, 재래시장 및 관광지 상인들도 울상이다. 지갑, 핸드백, 구두, 옷 등을 사는 유커들이 줄면서 서울 광공업생산이 전국 꼴찌로 나타났다.
 
유커들 단골 관광지 제주, 경주뿐 아니라 서울도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산 핸드복, 옷을 사는 중국인이 줄자 가죽·의류산업이 발달한 서울의 제조·생산업계가 휘청 되고 있다. 
 
이는 통계청의 ‘2017년 2분기 지역경제 동향’ 자료가 뒷받침해준다. 제주 소매판매(소비)는 1년 전보다 3.2%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제주 소매판매가 준 건 처음이다. 지난해 제주지역 소매판매가 2015년보다 10.8%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사드 여파는 서울지역 경제에도 반영됐다. 특히 광공업생산은 지난해보다 7.5% 줄면서 전국 꼴찌다. 가죽·신발(-31.4%), 의복·모피(-5.6%) 생산이 크게 줄었다. 명동, 동대문, 시내면세점 등 주요 관광객 상권에서 지갑, 핸드백, 옷, 구두 등을 사는 유커가 줄자 가죽·의류공장도 덜 가동됐다. 외국인 관광객 관문인 인천도 경기가 바닥이다. 지난해 연간 소매판매가 4.7% 는 것과 달리 지난 2분기엔 0.1% 감소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연간증가폭( 4.4%)보다 처진 2.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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