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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레시피는 내 손에! 취향대로 만들어 먹는‘모디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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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레시피는 내 손에! 취향대로 만들어 먹는‘모디슈머’
  • 특별취재팀
  • 승인 2017.03.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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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소비자층이 주도....방송가의 트렌드로 떠올라

[소비라이프 / 특별취재팀]대학생 A씨는 최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라면 레시피를 바꿔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한가지 라면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라면을 섞어 먹기도 하고, 라면 외에 치즈나 핫바 등 2가지 이상 제품을 섞어 먹기도 한다. 이렇게 A씨와 같이 제조사가 제공하는 ‘표준 방법’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식 또는 맛으로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소비자를 ‘모디슈머’라고 한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 ‘바꾸다’라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로, 최근 개성이 강조되고 본인만의 취향을 존중받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크게 주목 받으며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윤후’가 몰고 온 ‘짜파구리’ 열풍
 
MBC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출연진인 ‘윤후’가 몰고 온 ‘짜파구리’ 열풍을 기억하는가.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조합해 만드는 ‘짜파구리’는 윤후의 ‘먹방’ 전에도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알려져 있던 레시피 조합이었으나 방송 이후 입소문을 불러일으키며 농심의 매출이 30% 이상 수식 상승했다. ‘짜파구리’를 끓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끓는 물에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후레이크(건더기)’를 먼저 넣는다. 그리고 너구리의 면을 먼저 넣고 이어 짜파게티 면을 넣어 살짝 설익을 때까지 익혀준다. 적당히 익었다 싶을 때 물을 약 ⅓ 정도 남기고 버린 다음 짜파게티의 짜장스프, 올리브유와 너구리 스프를 마저 넣고 골고루 섞어준다. 이때 스프의 양은 취향에 맞게 조절해 넣으면 된다.
 
‘짜파구리’ 외에도 가장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로 ‘불닭 치즈 볶음밥’이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용기 면과 삼감 김밥, 그리고 스트링 치즈를 섞어 먹는 것으로, 맵기로 유명한 라면인 불닭볶음면을 조금이라도 덜 맵게 먹을 수 있고 라면으로는 부족한 허기를 삼각 김밥으로 채울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돋보여
 
이런 모디슈머의 레시피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이 많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이 만들어 먹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사골국에 끓인 만둣국일 것이다. 하지만 모디슈머들은 이런 비슷한 맛을 편의점 제품에서 찾아냈다. 농심 ‘사리곰탕’ 라면에 편의점에서 파는 즉석 만두를 넣어 먹으면 사골국에 끓인 것과 비슷한 맛을 내는 ‘사리곰탕 만둣국’이 뚝딱 만들어진다. 
 
또한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오지치즈후라이’를 편의점 버전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오리온의 ‘오감자’ 과자를 그릇에 담아 체다 슬라이스 치즈와 스트링 치즈를 찢어 올리고 이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된다. 이 레시피는 과자의 짭짤한 맛과 따뜻한 치즈가 어우러져 소비자들로부터 “맥주 안주로 제격”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이 밖에도 편의점에서 얼음과 같이 판매하는 ‘모히또레몬라임’ 음료에 소주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간편 ‘소주 모히토 칵테일’ 등이 있다. 
 
이렇게 모디슈머들이 창조해내는 레시피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음식의 맛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재료들로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따라 함과 동시에 가격 또한 저렴하며, 혼밥을 즐기는 요즘 세대에게 적합한 양으로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30대 소비자층이 크게 주도해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35세대의 1인 가구 편의점 방문 빈도는 주 평균 4.5회로 나타났다. 또한 하루 평균 1회 이상 방문 비율 또한 20대 1인 가구가 28.6%로 나타나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편의점을 애용하는 20~30대 소비자층이 모디슈머의 가장 큰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적 네트워크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각자의 레시피를 공유하고 더욱 발전해 나가기 때문이다. SNS를 삶의 일부처럼 활용하는 젊은 층은 새로운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SNS를 통해 최근 가장 큰 ‘히트’를 친 모디슈머 레시피로 ‘마크 정식’이 있다. 아이돌 그룹 ‘GOT7’의 멤버 ‘마크’의 팬이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인 ‘마크 정식’은 CU에서 판매하는 ‘자이언트 떡볶이’와 오뚜기 ‘콕콕콕 스파게티(이하 스파게티)’, 피자치즈, 소시지를 섞어 만드는 것으로 ‘단짠(단 음식을 먹은 후 짠 음식을 먹으면 끊임없이 먹을 수 있다는 뜻의 신조어)’의 절정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마크 정식을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시지를 30초 동안 데워놓는다. 그리고 자이언트 떡볶이와 스파게티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자이언트 떡볶이의 물은 기존 정량과 달리 살짝 떡이 물에 잠길 정도만 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을 부은 자이언트 떡볶이를 전자레인지에 3분가량 돌린다. 그리고 면이 익은 스파게티의 물을 따라버린 후 자이언트 떡볶이와 스파게티의 소스, 피자치즈, 소시지를 잘라 넣고 다시 전자레인지에 15초가량 돌려먹으면 마크 정식이 완성된다. 이러한 레시피를 한 네티즌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이후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자이언트 떡볶이와 스파게티의 동반 매출이 급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방송가의 트렌드로 떠올라
 
 
모디슈머의 영향력이 날로 치솟자 방송가에서도 모디슈머 바람이 일고 있다. CJ 계열의 케이블 채널 tvN에서 지난 2015년에 방송한 ‘먹방’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는 남자주인공이 편의점 음식을 가지고 다채로운 음식으로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장면이 방송되는 등 모디슈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방송 이후 남자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인 ‘윤두준’ 레시피라고 불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tvN은 좀 더 본격적으로 모디슈머를 방송으로 끌어들여 지난 1월, 3부작으로 ‘편의점을 털어라’를 방송했다. ‘편의점을 털어라’는 편의점 음식들을 가지고 만든 ‘꿀 조합 레시피’를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국내 최초 편의점 레시피 프로그램이다. 원래는 ‘파일럿 프로그램(시험 방송)’으로 제작된 ‘편의점을 털어라’는 방송 후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정규 편성돼 새롭게 방송을 앞두고 있다.
 
모디슈머 활용한 마케팅 잇달아
 
모디슈머가 창조해내는 새로운 레시피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면, 달리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제조사는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모디슈머는 주로 두 가지 이상의 제품을 합쳐서 만들어내므로, 동반 매출 상승의 효과도 존재한다. 이러한 장점으로 업계에서는 모디슈머를 활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인 ‘굽네치킨’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는 ‘치밥(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다는 뜻의 줄임말)’ 열풍을 따라 지난해 1월 ‘제1회 굽네치킨 레시피 공모전’을 개최했다. 굽네치킨과 밥을 활용해 더욱더 다양하고 맛있게 ‘치밥’ 레시피를 창조해내는 소비자를 선발하는 이색 공모전으로, 굽네치킨을 홍보함과 동시에 선정된 치밥 레시피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마케팅이란 평을 들었다. 
 
더불어 과일 가공 전문 브랜드 ‘복음자리’은 지난해 6월, 신제품 ‘무농약 유자와 감귤로 만든 잼’을 출시하고 이 잼을 활용한 음식의 레시피를 공개 모집하는 ‘레시피 사진 이벤트’를 실시했다. 롯데제과 또한 지난해 6월 ‘샘킴 카스타드 사과&당근’을 출시하고 해당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공모전을 개최했다.
 
한편 동원F&B는 소비자들이 라면에 참치를 넣어 먹는 다는 것에 착안해 지난해 3월 팔도와 협업으로 ‘동원 참치 라면’을 선보이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동원 F&B는 라면에 토핑처럼 넣어 먹을 수 있는 토핑용 참치 파우치 ‘동원 라면 참치’ 3종(살코기 참치, 고추 참치, 치즈 참치)을 지난해 6월 출시했다. ‘동원 라면 참치’는 동원F&B만의 노하우를 담아 개발한 참치 제품으로 라면 1개를 끓였을 때 가장 알맞은 양인 65g의 파우치 형식으로 출시됐다. 
 
평범한 ‘뷰티’ 아닌 나만의 ‘뷰티’ 구축
 
모디슈머는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뷰티업계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평범한 ‘뷰티’와는 달리 ‘자신만의 뷰티’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바로 ‘향수’이다.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향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2가지 이상의 향수를 조합해 더 오래 향을 유지하고 색다른 향을 만들어낸다.
 
영국의 향수 브랜드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은 레이어드(Layered) 향수로 유명하다. 단순히 하나의 향수를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향을 맞춰주고 찾아주기 때문에 매장 직원은 ‘스타일리스트’로 불린다. 조 말론 런던의 이러한 마케팅은 나만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어내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향수와 더불어 슈퍼푸드를 미용에 활용하기도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먹을 수도 있고 몸에 바를 수도 있는 만능 슈퍼푸드 ‘코코넛 오일’을 활용한 미용 비법이다. 코코넛 오일과 커피 가루, 보디클렌저를 섞으면 손쉽게 각질을 제거하는 스크럽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바디로션만으로 충분한 보습감을 느끼지 못하는 건성 피부라면 보디로션과 코코넛 오일을 섞어 발라 더욱 촉촉하고 지속적인 보습감을 느낄 수 있다. 보디로션뿐만 아니라 핸드크림 등과도 섞어 바를 수 있다. 
 
더불어 수분크림 또는 페이셜 오일을 파운데이션과 섞어 발라 더욱더 부드럽게 바르는 방법과 여러 가지 립스틱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등의 방법이 대표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 앞으로 더 늘어날 것
 
이러한 모디슈머 열풍은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SNS 등의 등장하기 전의 소비자들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 제조사가 제공하는 정보만을 믿고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제조사보다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입고, 먹고, 쓰는 제품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에게 맞게끔 수정해 사용하는 ‘똑똑한’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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