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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는 인색한 삼성, 최순실 일가에겐 호구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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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에는 인색한 삼성, 최순실 일가에겐 호구노릇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6.12.29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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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일가 요구 안해도 스스로 현금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보내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정작 필요한 곳에 후원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발적으로’ 돈을 보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말 그대로 “홀딱 벗고 다 내준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삼성생명은 ‘미르·K스포츠 재단’재단에 55억원을 출연했다. 전체 삼성그룹의 총 출연액(204억원)의 27%에 해당되는 규모다.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54억)의 출연액과 합치면, 109억원에 달한다.

 

삼성이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것은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이 정론이다. ‘비선실세’ 논란을 산 최순실 씨의 자녀인 정유라 씨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번 자금 출연 역시 “순수한 기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늘(12/29)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씨가 삼성을 압박해 16억원대 후원금을 받아낸 혐의를 법정에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장씨 측 변호인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강요 부분은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최씨,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공모해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2800만원을 후원하게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그랜드코리아레저)에도 압력을 넣어 2억원의 후원금을 받아 낸 것으로 조사됐다.

변호인은 장씨가 영재센터 법인자금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인정했다. 다만 국가 보조금 7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씨는 7일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에 출석해 "영재센터 설립은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라며 "이모님이 만들라고 해서 지원서와 계획서를 만들어 김 전 차관에게 냈다"고 최씨에게 책임을 미뤘다.

또 삼성에서 16억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용처에 대해선 "인재를 육성하는 데 썼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그룹이 ‘청와대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에 거액을 송금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삼성이 지난해 최씨와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당시 컨설팅 계약 명목으로 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 돈을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비 및 훈련비 등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 재단 및 최씨가 세운 더블루K, 비덱스포츠의 자금 내역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해 “현재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으로 부터 35억원을 받아 명마구입 자금 등으로 사용해 로비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수사가 진행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삼성 관계자를 소환해 거액을 송금한 이유와 그 과정에서 최씨나 측근의 강요는 없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송금 자료와 최씨가 국내와 독일에 세운 회사의 자금 거래 내역 등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해당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은 법원에서 계좌 추적 영장을 받아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검찰은 자금 거래 내역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삼성 측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해 해당 자금의 불법성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비덱(Widec) 스포츠'는 최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로 최씨 모녀가 국내 미르·K스포츠 재단의 모금 자금을 독일로 빼돌리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게이트’ 사건 초기부터 최순실씨와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유럽의 승마잡지 유로드레사지는 삼성이 승마선수로 활동 중인 정유라씨에게 10억 원대의 명마 ‘비타나V’를 구입해 후원하고, 독일 엠스데텐에 있는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 경기장을 230만유로(약 28억원)에 구입해 훈련 기지로 제공했다고 올해 초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당초 국내에서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며 대기업 연관설이 제기되자 해당 기사 역시 재조명됐다.

또 정유라씨가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 본인 소개란에 소속 클럽과 팀명을 ‘한국 삼성팀(Team Samsung : Korea)’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실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삼성 소속이라고 밝힌 것은 정경유착의 고리”라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포괄적 뇌물죄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다른 대기업은 강압에 의해 할당된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에 안 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런데 삼성은 그것을 넘어 정권의 실제 비선 실세까지 누군지 알고 잘 보이기 위해 적극 편의를 봐줬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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