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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과 의료생협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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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과 의료생협의 과제
  • 김재중 나사렛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 승인 2016.11.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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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으로서 지금은 위기의 시기, 건전한 의료생협 성장시켜 사회적으로 인전받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소비라이프 / 김재중 나사렛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전국의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들이 조합원들과 함께 의료기관 운영의 지속 여부를 두고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핵심은 의료생협의 설립요건을 강화하고 탈법적 행위를 제도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높이고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요약된다.

▲ 김재중 나사렛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사회복지학 박사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조합의 설립인가에 필요한 기준을 강화했다. 조합원 자격이 있는 설립동의자의 수를 300명 이상에서 500명 이상으로, 설립동의자의 총출자금액을 3천만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개정하고, 개정된 규정에 따라 3년 이내에 설립인가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조합원 자격이 있는 설립동의자 1인당 출자금액을 5만 원 이상으로 규정한 조항을 신설해 시행일 이후 신규조합원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또한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하던 조합의 차입금 최고한도는 조합의 직전회계연도 말 총출자금액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의 2배까지로 제한해 규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도지사의 조합에 대한 감독업무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위탁했다.

이러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개정에 대해 의료생협의 이사장들은 병원 문을 닫으라는 조치라며 관계 기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실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1인당 최저출자금에 대한 규정이 없었고, 설립을 위한 총출자금과 조합원의 수 등 설립기준이 협동조합기본법의 사회적 협동조합보다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비의료인들이 탈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억제하고자 하는 관계 당국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저소득 취약계층 밀집지역이나 소도시, 농어촌 지역에 설립된 조합으로서 법적 기준을 충족하기에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의료생협으로서는 지금은 위기의 시기이며 또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조합을 믿고 의지하는 많은 조합원과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건전한 의료생협으로 성장시켜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의료서비스체계에서 상실한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첫째는 관계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조합원은 조합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근거이다. 그들의 필요에 대응하고 미래의 필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밀착함으로써 조합 구성원들 간의 깊은 신뢰와 함께 지역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협동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경영진, 의료인력, 조합원이 하나가 되어 결속력을 가짐으로써 위기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친절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에게 우선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친절을 신조로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의료기관이 돼야 할 것이다.   

의료생협은 일반 병·의원에 비해 조직력, 정보력, 자금력, 의료인력 확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는 큰 힘이 되고 있으며, 어렵게 살아가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개정으로 인해 조합의 건전한 활동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전력을 다해 헌신적으로 조합을 운영하는 조합 이사장들의 조합운영에 대한 포기가 있어서도 안 된다. 심기일전해 지역사회의 의료 취약계층인 조합원들과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필요를 채우는 생산, 소비, 고용 창출의 원천으로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아니될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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