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제109호]한국은 요우커 바라기?...국내 소비자는 ‘찬밥’
상태바
[제109호]한국은 요우커 바라기?...국내 소비자는 ‘찬밥’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6.11.08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판매점, 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만을 위한 할인 행사 진행하는 경우 많아..국내소비자 소외

[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 이제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遊客)을 보는 것은 보편화된 일상에 가깝

 
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98만 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총 1,323만 명에 약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8월 LG경제연구원 소속의 션지아(沈佳)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요우커의 경제학’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총지출액은 전체 관광객 총지출액의 62.5%를 차지하는 15조7,022억 원으로 2011년에 비해 약 3.4배 증가했다. 또한 요우커의 방한에 따른 명목생산유발효과는 27조6,627억 원이며 부가가치유발효과는 12조5,085억 원으로 GDP의 0.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으로 발생한 취업유발효과는 19만4,277명으로 2011년보다 약 2.9배의 증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국내 소비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이 날로 상승하면서,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이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차이나타운 방불케 하는 명동

 

‘요우커’들이 우리나라에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지역은 서울 ‘중구’라고 한다. 특히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73%가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된 명동은 과거에는 일본 관광객 소비자 맞이에 힘썼다면 지금은 ‘요우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제 명동을 걷다 보면 중국어로 된 간판을 달고 유창한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점을 보는 것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 코스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뜻하는 ‘로드샵’ 매장과 면세점 등이다. 그에 따라 국내 화장품 시장과 면세점은 중국 소비자에게 상당히 높은 의존도를 가지고 있다. 명동에 즐비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은 모두 중국인 관광객을 ‘모시는데’ 최적화돼 있다. 길을 지나다 보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만 화장품 샘플 등을 나눠주고 한국인에게는 건네주지 않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게의 점원들 또한 중국인 또는 조선족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 한국인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매장으로 문의 전화를 걸었을 때 점원과 의사소통의 문제를 겪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 능통한 직원을 채용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주로 채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국내 소비자 대신 ‘요우커’ 맞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의 씀씀이가 ‘큰손’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중국어로만 할인 행사 안내하는 등 ‘역차별’

중국 소비자에게 매출을 의존하는 사정은 백화점과 면세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4대 면세점 매출 8조589억 원 중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약 60%로, 5조353억 원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백화점 및 면세점들은 중국의 유명 블로거를 초대해 프로모션을 진행하거나, 중국인 관광객를 대상으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소외받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기간과 어느 특정한 시간대만 골라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한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시간대에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지 않거나 백화점의 할인 행사 안내문을 중국어로만 작성하는 등 한국인들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되어있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손님이 많은 시간대의 경우 방문한 순서와 상관없이 한국인보다 중국인의 응대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 백화점 입구로 택시를 불러주는 경우도 있어 가뜩이나 교통량이 많은 백화점 앞 도로가 북새통을 이뤄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을 위해선 온갖 편의를 제공하면서 한국인에게는 ‘역차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와 더불어 성장해야 할 것

현재 우리나라의 내수시장에 중국인 관광객이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이 ‘책임져주고’ 있는 소비시장도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보다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떠난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려운 만큼 ‘일단 팔고 보자’는 마음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국내 소비자와 함께 더불어 성장할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을 단순히 ‘많이’ 유치하는 것에만 노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과 국내 소비자에게 더욱 높은 ‘질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우선 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