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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만화책, 캐릭터, 피규어 이젠 어른들이 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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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만화책, 캐릭터, 피규어 이젠 어른들이 모아요
  • 음소형 기자
  • 승인 2016.11.0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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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유년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향수를 자극하고 소비함으로써 스트레스 해소

[소비라이프 / 음소형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맥도날드의 어린이 세트인 ‘해피밀’을 사면 제공하는 장난감을 받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도 하고, 캐릭터가 그려진 화장품을 쓰며 좋아하는 캐릭터의 피규어를 모은다. A씨는 이른바 키덜트(Kidult)이라 불린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캐릭터 등을 선호하며 어린아이의 감성을 추구하고 소비하는 어른을 뜻한다. 

 

 
이러한 ‘키덜트’들은 때론 ‘철부지’ 또는 ‘괴짜’, ‘덕후’(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된 말로 무언가를 마니아적 열성으로 특정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한다) 등으로 불리며 무시를 당했던 적도 있지만, 현재는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로 자리 잡고 있다.

키덜트 시장, 향후 2년 안에 1조 원 돌파

캐릭터, 만화(애니메이션), 히어로(Hero) 영화, 피규어 등 이 모든 건 더는 아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동안 인형이나 만화 등의 콘텐츠 시장이 주로 ‘부모가 아이에게 선물’하거나 ‘아이들이 사달라고 요구하는’ 시장에 가까웠다면, 키덜트 시장은 상품을 구매할 실질적인 ‘구매력’을 지닌 어른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소비 패턴을 보인다. 지난 9월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키덜트 시장규모는 5,000~7,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매년 20~30%씩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들은 향후 2년 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키덜트족의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키덜트들이 주로 피규어 등을 수집했다면 현재 키덜트들이 소비하고 수집하는 범위는 거의 전방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선 모바일 메신저의 캐릭터를 예로 들 수 있다.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의 이모티콘 캐릭터가 이른바 ‘대박’을 치자 이 캐릭터를 이용해 인형 및 생활소품 전반에 캐릭터를 입힌 상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후디 라이언(Ryan)’이 그려진 상품들은 출시된 직후 품절이 되기 때문에 이른바 ‘레어템(Rare+Item의 합성어)’으로 불리기까지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 시장과 더불어 키덜트들이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는 바로 ‘히어로 영화’이다. 미국의 마블(Marvel)이 제작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한 ‘아이언맨’이나 ‘어벤저스’는 만화책, 피규어, DVD 및 블루레이 영상매체 등 관련된 상품이 고가에 가까운 편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없어서 못 판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린 시절 향수 자극하는 이유 커

그렇다면 ‘왜’ 키덜트족이 생겨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경제불황과 높은 청년 실업률 등으로 암울한 현실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들이 유년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향수를 자극하고 소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과거에는 비교적 문화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누리지 못했던 지금의 ‘어른’들이 경제활동으로 구매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마음껏 문화를 누릴’ 자격을 부여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도 맞닿아있다.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돈을 버는 어른’들이 어린 시절 누리지 못했던 욕구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덜트 시장은 이렇게 구매력을 가진 성인이 대상이다 보니 다른 시장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몇몇 키덜트들은 상품의 ‘희소성’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원하는 제품에 프리미엄 즉 ‘웃돈’을 더 얹혀서라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단순히 좋아하고 아끼는 콘텐츠를 구입하고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싼 돈을 주더라도 ‘남들과 다른’ 희귀한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너도나도 쏟아내는 캐릭터 상품

키덜트 시장이 날로 커지자 업계에서는 너도나도 키덜트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인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카카오프렌즈 라인’을 선보여 90%에 가까운 판매량을 보였다. 더불어 화장품 업계에서는 라인프렌즈, 디즈니, 리락쿠마 등 인기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런 키덜트들의 캐릭터 사랑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일본의 구마모토 현 지자체 캐릭터인 ‘구마몬’의 경우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일본 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며 관련 상품 매출로만 1,007억 엔(약 1조1,00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키덜트들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업체들이 제품의 질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키덜트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러한 키덜트족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캐릭터’의 덕을 볼 생각 대신, 협업 제품의 질적 향상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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