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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공정위, “의료생협 조합비 최소 5만 원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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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호]공정위, “의료생협 조합비 최소 5만 원 내라”
  • 이우혁 기자
  • 승인 2016.11.0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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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그대로 적용하면 다 죽는다!”

[소비라이프 / 이우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위원장 정재찬)가 지난 9월 30일부터 새로 시행한 생협법령 설명회에서 고성이 오갔다. 지난달 10월 21일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이하 한소연)이 마련한 전국의료생협 워크숍에서 공정위가 “앞으로 모든 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조합에 가입하려면 최소 5만 원이상의 출자금을 납입해야 한다”고 말하자 참석한 이사장들이 흥분해 설명회가 수차례 멈춰졌다. 한편 한소연은 “생협들은 생협법 개정이 생계와 직관돼 있는 문제인 만큼, 법 적용 당사자들이 왜 이 법이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석되는지 관심이 크다”며 워크숍 개최와 공정위 담당 사무관을 초청한 취지를 밝혔다.

▲ 지난달 21일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주최한 전국의료생협 워크숍에서 문경만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 내용을 발표후 질의를 받고 있다.

최저 출자금 5만원 인상은 현실 모르는 것

워크숍에 참석한 100여 명이 넘는 대부분의 이사장과 임직원들은 신설 조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조항을 향후 가입하는 모든 조합원에게 확대 적용한다고 ‘유권해석’할 경우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중소서민과 노인들은 출자금 5만 원을 납입하지 못해 가입을 포기할 것”이라며, “정부가 모든 의료생협을 폐쇄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은 ‘설립동의자’(법 제2장 제2절, 제21조 제2항)와 ‘조합원’(법 제2장 제1절)을 구별해 정의하고 있는데, 공정위는 ‘설립동의자’와 ‘조합원’을 구별하지 못하고 동일 개념으로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박승철 이사장은 “생협을 정부가 장려하면서 ‘하라’해 놓고 이제 와서 조합비를 5만 원씩 걷으라면, 이를 낼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 “다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의료생협 이사장들 또한 “하루아침에 설립동의자들의 1인당 최저 출자금을 5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은 생협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조합원들 대부분 생계를 위한 서민층이 많고 이들에게 5만원 씩 요구하게 하는 것은 너무 과중한 처사”라고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 해석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개정법 적용대상자, 설립동의자 구분 모호

▲ 모든 의료생협 조합원들은 앞으로 조합비를 5만원이상 내야 한다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대해 조합들은 "다 죽는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법령 개정 시 ‘조합원 1인당 출자금 하한액이 없어 의료생협의 의미도 모른 채 진료비 할인 등에 유인되어 1,000원의 출자금을 납부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1인당 출자금액을 5만 원으로 상향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 말에 따르더라도 설립된 이후에 의료생협에 가입하는 조합원은 설립동의자가 아니므로 출자금 하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공정위는 개정이유와 개정 시행령은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하고, 시행령에 ‘조합원’에 대한 최저출자금 규정을 신설했다면 모법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위임범위를 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는 공정위의 문경만 사무관과 건강보험공단의 이윤학 팀장이 참석해 토론했다. 문경만 사무관은 “이번 개정안은 내부적으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여 나온 내용이며, 신설 조합과의 형평을 위해 추가 수정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그는 “개정법 적용대상자인 설립동의자와 조합원을 어떻게 구분할지 등에 대한 법 해석은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생협 없애려는 의도 아니냐” 반발

▲ 이윤학 건강보험공단 팀장이 '건보 2017년 의료생협 감독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뒤를 이어 진행된 이윤학 팀장과의 토의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의료생협의 이사장들은 “지자체의 인증을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설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에서 생협을 없애겠다는 식의 취지로 과도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윤학 팀장은 “건보공단은 정책입안 기관이 아닌 집행기관이라며 생협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지 정량적, 정성적 조사를 하여 보고서를 작성할 뿐, 그 어떤 추가 의견 없이 지자체와 복지부에 제출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만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여운욱 한소연 사무국장은 “공정위가 애당초 생협법 시행령 개정안을 설명할 때는 기존 조합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시행 후에는 완전히 달라져 모든 의료생협 조합원에게 출자금 5만 원을 내라하는 것은 의료생협 전부를 없애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번 워크숍은 충남 천안에서 21일부터 22일까지 100여 명의 이사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해 1박 2일간 개최됐으며, 공정위와 건보공단 이외에도 법률사무소 힐링의 조정환 변호사, 노무법인 한강의 유영성 공인노무사, 정진회계사무소의 이규동 공인회계사가 참여해 조합운영의 전문지식을 전달했고, 열띤 지역별 분임토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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