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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음주운전자’ 위한 변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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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음주운전자’ 위한 변론 경험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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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김계환(종합법률사무소 서로 변호사)

그림_ 이영욱 변호사

현행법상 음주운전은 형사처벌대상이다. 3회 이상이면 구속까지 된다. 교통사고로까지 이어졌을 땐 민사상으로도 큰 불이익을 당한다. 특히 최근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에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신설, 만취운전자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 가중처벌까지 받는 실정이다.

술 안마시고 처벌 받는 사례도

실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경우라면 그런 불이익과 처벌이 덜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음주운전사건 변론을 하다보면 억울하게 음주운전혐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게 된다.

아예 술을 마시지 않았거나 음주량이 극히 적은데도 혈중알코올농도가 규정치 이상으로 나와 음주운전혐의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런 사건의 변론을 맡고 있다. 피고인은 친구들과 삼겹살을 먹으면서 소주 1~2잔을 마신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때 피고인과 같이 저녁을 먹은 친구들 역시 피고인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해줬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감정한 결과는 채혈 때를 기준으로 혈중알코올농도가 0.142%, 위드마크공식을 적용해 사고 때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재면 0.157%가 나왔다.

검사는 그런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피고인에게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로 기소한 사건이다.

흔히 호흡측정기로 잰 것보다 더 정확하다고 하는 혈액검사결과이고, 그것도 공신력 있는 ‘국과수’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결과까지 있어 무죄를 다투는 경우 자백하고 선처를 구할 때보다 형량이 높아질 위험부담이 있어 변론의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국과수’ 감정결과를 다투는 사건에 있어 그렇다. 어려운 문제는 법원이 ‘국과수’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의뢰 회보는 별도의 신빙성 있는 반대 자료가 없는 한 배척하고 그 내용과 어긋나는 사실인정을 하기 어렵다(대법원 95다21440 판결 등)는 태도를 보여 그 증거가치를 매우 높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설프게 적당히 ‘국과수’ 감정결과의 신빙성을 다투는 게 자칫 무모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 한 발 더 나아가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위해 피의자동의를 받거나 영장을 받아 채혈한 뒤 국과수에 감정의뢰 했을 때는 물론 피고인이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피고인이나 그 가족들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진료목적으로 간호사가 뽑아놓은 피를 경찰관이 임의로 받아 국과수에 감정의뢰 했을 때도 절차상 적법하고 이에 따른 국과수 감정 회보도 증거로 쓸 수 있다(98도968 판결)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경찰은 이에 기초해 피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간호사가 채혈해놓은 피를 받아 국과수로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절차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 감정결과는 자칫 억울한 음주운전혐의자를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국과수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 땐 혈액형 등 피의자 혈액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검사도 없이 오로지 혈중알코올농도 감정만 하므로 의도적으로나 실수로 혈액이 뒤바뀌더라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채혈 땐 비알코올성 소독약 써야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간호사가 혈액검사를 위해 채혈할 땐 십중팔구 70%정도의 고농도알코올로 채혈부위를 소독한 뒤 피를 뽑는다.

채혈과정에서 소독용 알코올이 혈액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지침에도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위해 채혈할 땐 비알코올성 소독약으로 하도록 돼있다.

특히 사고 뒤 의식을 잃은 응급환자와 같은 경우 알코올이 휘발되길 기다려 채혈하는 경우가 찾아보기 힘들어 그 위험성은 더 크다.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알코올로 소독한 뒤 채혈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거의 만취상태인 0.12%가 나왔다는 사례가 있다.

지금까지 수사와 재판실무에선 경찰이 응급실 간호사가 진료목적(혈액검사)으로 뽑은 혈액을 받아 국과수에 감정 의뢰한 사안에 대해선 거의 문제 삼지 않았으니 억울한 음주운전혐의를 받아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2008도2621 판결).

그렇다면 법원이 국과수의 혈중알코올농도 감정결과에 따라 음주운전혐의를 인정하기 위해선 적어도 ▲감정대상이 된 혈액이 피의자 혈액임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혈액형검사 등)가 있었는지 ▲비알코올성 소독약을 사용, 채취한 혈액을 감정한 것임이 확인되는지 ▲경찰이 국과수에 감정 의뢰한 혈액 양도 감정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량(필자가 변론하는 사건에선 국과수 사실조회결과 3g정도라고 나왔음) 이상이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최근 하급심 판결례 중엔 알코올로 소독한 뒤 뽑은 혈액을 감정한 경우 문제점을 감안, 국과수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음주운전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예(광주지법 2007.3.22. 선고 2006노1642 판결)가 있다.

위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법원이 혈액채취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고 억울한 음주운전혐의자가 나오지 않게 합리적 판결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의 ☎(02)3476-3000,  www.seolaw.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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