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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 아닌 시청자 만족도로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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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 아닌 시청자 만족도로 평가해야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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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막장’이란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최근 남들이 막장이란 드라마를 매일 재미있게 보는 나로선 ‘막장’이란 막말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가끔 ‘내가 뭐하는 짓인가?’ 자문하면서도, 또 욕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드는 프로그램을 볼 땐 ‘막장’이란 말을 실감한다.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욕하면서,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마무리 될까 끝을 보고 싶은 맘에 어쩔 수 없이 보는 진짜 ‘막장’드라마도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드라마의 시청률이 만만찮게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아마도 드라마PD들은 시청자들 심리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뭔가 불완전하면 심리적 긴장감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끝을 보지 못한, 그리고 벌을 받지 않은 악인이 나오는 드라마에 대해 시청자들은 악인에게 합당한 벌이 가해지길 바라면서 끝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의 긴장이 풀리고 더 이상 그 드라마에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드라마 마지막 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다시는 이런 드라마 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몇 회 보면서 속고 속이고 감춰진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이 언제 탈로 날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드라마의 질적 수준과 관계없이 시청자는 드라마의 포로가 돼버린다. 비밀이 클수록, 조연이 악할수록, 이야기 구조가 엉킬수록 시청자의 긴장은 높아지고 시청률은 비례하며 오르게 된다.

시청률전쟁시대에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드라마와 PD는 방송사에서 좋은 드라마, 잘나가는 PD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나 광고주들까지 그런 대접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는 사회적 가치를 운운하기보다 시청자 스스로가 자문자답하면 명쾌하게 답이 나온다. “나는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나, 욕을 하며 보고 있나?” 욕을 하면서 보는 시청자가 대다수라면 그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게 나왔더라도 ‘성공’이라고 단정 짓기에 뭔가 부족하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이나 재미를 주는 게 아니라 불쾌감과 찜찜함을 주는 드라마를 단순히 ‘시청률’이란 잣대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불쾌한 드라마 뒤에 나오는 광고에 대해 시청자들은 좋고 즐거운 감정적 전이는 일어나기 힘들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 주인공들이 드라마를 계기로 좋은 광고모델로 떠오르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이제 TV드라마 평가 때 시청률만이 아닌 작품 질에 대한 평가가 논의돼야 한다. 시청률은 소비자들의 ‘선호’를 측정하는 잣대만이 아니라 불쾌감, 긴장감, 불평의 정도를 측정하는 잣대도 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란 양적 수치에 감춰진 질적 수준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시청률이란 환상을 쫓는 방송시장에서 말초적 자극과 불쾌감으로 범벅이 되는 드라마제작에 제동이 걸리고, 시청자들이 만족하면서 볼 수 있는 질 높은 드라마를 만들 기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라 기대해본다. 

 

채 지 영 책임연구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욕을 하면서 보는 시청자가 대다수라면 그 드라마는 시청률이 높게 나왔더라도 ‘성공’이라고 단정 짓기에 뭔가 부족하다. 이제 TV드라마 평가 때 시청률만이 아닌 작품 질에 대한 평가가 논의돼야 한다.

 

요즘 TV드라마에 ‘막장’이란 말이 유행이다. 아침드라마에서 시작된 막장 드라마류는 이제 주말극, 미니시리즈는 물론 온 가족이 보는 저녁 일일극까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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