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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극장아! 독립영화를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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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극장아! 독립영화를 보여줘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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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문화공간’ 슬로건에 맞게 관심보여야

갈수록 팍팍해지는 가정살림으로 우울하던 주부 K씨. 얼마 전 그녀의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심야영화 한편을 보고 난 뒤였다. 그녀가 본 영화는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워낭소리’.

주부 K씨는 ‘생애 처음’으로 독립영화를 보고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답답했던 마음이 위안을 받는 것도 같았다. 또 다른 독립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대형극장들의 큼직큼직한 홍보간판을 들여다봐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지인으로부터 ‘워낭소리’에 이어 또 하나의 화제가 되고 있는 독립영화 두 편을 소개받았다. 하나는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이 앞다퉈 공식 초청하기도 했던 ‘낮술’이고 또 하나는 단편영화 단골 배우 출신인감독이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그려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타이거상을 수상한 ‘똥파리’다.

그러나 영화는 마음에 들었지만 볼 수가 없었다. 가까이에 있는 대형극장에서는 아예 상영이 되지 않거나 상영되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지방이었다. 게다가 정확한 상영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 정보제공 사이트들도 더러 있지만 개설된 뒤 내용들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독립영화를 틀어주는 예술영화 전용 상영관은 서울시내에 스폰지하우스, 시네마 상상마당, 씨네큐브, 허리우드 클래식, 인디스페이스, 서울아트시네마 등 몇 곳이 있다. 이밖에 지방에는 영화공간 주안(인천), 아트시네마(대전), 동성아트홀(대구), 광주극장(전남광주), 국도&가람예술관(부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극장은 대부분 음식물 반입을 절대 금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조명을 켜지 않는다. 서둘러 빠져나가는 관객은커녕 영화가 던진 관객을 향한 물음표와 여운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리하여 영화에만 몰입할 수 있고 영화에 대한 숙연함까지 갖게 한다.

독립영화를 접하는 일이 의외로 ‘고단’했다. 독립영화는 관객 수는 비록 적지만 그 울림은 매우 큰 편이다.

여하튼 이번 ‘워낭소리’를 계기로 ‘독립영화’가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부터 앞으로 독립영화만을 찾아보고 싶다는 얘기까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게 일고 있다.

모처럼 영화소비자들에게 독립영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독립영화는 본의 아니게 대중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대형극장들이 그어놓은 상업과 비상업의 구분선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입장에서 본다면 독립영화는 ‘돈이 안 되는 영화’다. 이 때문에 독립영화는 영화소비자들의 눈에 띌 기회를 갖지 못했다. 어쩌면 영화관에 가도 독립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까지 대중이 영화를 접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극장을 통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작품 평이 좋고 해외 수상작이라 하더라도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극장 상영하는데 2년 걸려

이 때문에 독립영화 제작자 5명중 4명은 영화를 만들어 놓고도 스크린을 잡지 못해 묵혀둔다. ‘동백아가씨’의 박정숙 감독은 3년에 걸쳐 영화를 만들어 놓고도 극장에 거는데 까지 2년여를 더 기다려야 했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해오던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 역시 올해로 끝나 현실적으로 볼 때 독립영화들이 극장으로 갈 수 있는 통로는 막힌 셈이다. 박 감독은 올해 지역을 돌아다니며 영화를 트는 이른바 보따리 장사인 ‘공동체 상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은 “독립영화 상영과 관련 ‘관객들의 호응과 달리 극장시스템은 따로 노는 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고 토로했다.

 

정부 독립영화 지원책 뒤따라야

자본주의 시장논리에만 맡겨두는 정부의 독립영화 지원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의 소리가 높다.

지난달 11일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독립영화 감독 모임에서 ‘할매꽃’의 문정현 감독은 “앞으로도 워낭소리 같은 영화는 쭉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영화관람객이 십만 백만 천만이 아니고 이천명 천명 오백명이라 하더라도 영화가 틀어지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최소한 국가적으로 지원이 되어야 한다고”고 강조했다.

영화매니아 J씨는 “극장들이 돈되는 영화만 소비자들에게 상영하고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영화는 상영하지 않을 땐 기분이 썩 좋지 않다”며 “국내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라고 자처하는 극장들이 극장이미지 제고차원에서라도 독립영화 상영에 대한 관심이 기울어져야 하고 정부 역시 순수문화 지원정책 일환으로 일반인들이 독립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문화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Story of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형 독립영화다. 화려한 스타를 쓰지 않았다. 논두렁처럼 주름진 얼굴의 노부부와 누렁소 한마리가 주인공일이다.

낮술은 ‘술’과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 혁진의 5박6일 강원도 여행을 그린 독립영화다.

‘똥파리’는 빌려간 돈을 받아내는 일을 하는 건달 ‘상훈’이 주인공. 영화는 상훈을 통해 건달에 대해 입체적으로 묘사하며 희망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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