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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겠다’는 공정위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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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쓰겠다’는 공정위⑧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6.05.2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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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법개정안, 고율이자 지급을 막겠다며 쌩뚱 맞게 차입금을 막아!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등이 간지러우면 등을 긁어야 하는데 다리를 긁는 격이다’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정재찬)가 내놓은 생협법 개정안에 대해,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현실을 모르고 진단을 잘못내린 엉터리 처방이라는 반응이다.  

공정위는‘의료생협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방지하는 한편 의료생협이 특정인에게 대출을 받고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잉여금을 탈취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출자금 납입총액의 2배까지 차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 는 입장이다.
▲ 고이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막겠다며, 차입금을 제한 하는 처방을 내려, 진단과 처방이 다르고,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들이 댄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공정거래위. 사진은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는 이 규정을 위배하는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에서 지정한 기한까지 차입금 최고한도 초과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 설립인가를 취소시킬 수 있다. 엄청나게 강력한 규제법이다.
 
이 법을 만든 공정위는 현재 의료생협이 얼마 만큼의 출자금이 있으며, 차입금은 얼마나 되는지 현실 통계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입법의 기본인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얼렁뚱땅 법안을 만든 것이다.
 
의료생협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정위는 지자체나 연합회에 공문을 내려보내 이제서야 부랴부랴 현황 파악에 나서고 있다.  
 
생협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출자금만으로 의료기관 개설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가 없다. 또한, 금융기관은 의료생협에 대출을 하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사채 이외에는 자금조달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담보가 없다시피한 의료생협에 원금 회수가 되지 않는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돈을 빌려줄 사람은 소수의 핵심 조합원 이외에는 없다. 공정위는 이러한 현실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 또한, 차입금은 최신의료기기의 도입 등을 통하여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등의 순기능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였다.
 
법률사무소 힐링의 홍영균 변호사는 “차입금 최고한도 규정을 적용하여 예컨대 1억 출자금의 2배인 2억 원을 차입하여 적법한 경우라도 년 40%이상의 이자를 받을 수 있으므로, 차입금 최고한도 규정은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조합은 특정 조합원의 이익만을 목적으로 사업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공정거래위원회 및 시도지사에게 ‘이 법과 정관을 위반하였는지 확인, 검사할 권한과 시정명령을 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제도에 의하더라도 공정위는 차입 현황조사 및 시정조치를 통하여 공정위가 밝힌 위 문제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한소연의 여운욱 사무국장은 “ 의료생협의 차입금 관련 문제점은 적정 수준 이하의 이자율 규정의 신설, 차입 현황의 보고제도의 운용, 고율의 차입금에 대한 변경명령의 활용 등 다른 수단을 통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옥상옥의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규제혁파 정신을 깨는 것은 물론, 최소침해의 법제정 원칙에도 위배 되는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행정기관은 전 조합원의 균등한 혜택 보장이라는 공익과 조합의 직업수행의 자유제한이라는 사익의 신중한 비교교량을 통하여 가장 적합한 제도를 도입해야 할 입법상의 한계가 있는데, 차입금 최고한도 규정이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최적화된 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더군다나, 기존 의료생협의 경우 수억원의 차입금이 있는 경우가 많다. 차입금 최고한도는 총회 의결사항이므로 현 개정안대로라면 9월말까지 몇 달 만에 총회를 개최하고 차입금을 거의 대부분 해소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 설립인가가 취소될 위험이 놓여 있다.
 
몇 달만에 기존 차입금을 대부분 상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경과조치 조항 조차 없다. 공정위가 무엇에 쫏기는 듯 허겁지겁 법안을 만든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더구나, 기존 의료생협의 차입금이 적정수준의 이율 또는 무이자인 경우로서 건전한 범위 내인 경우라면 동 개정안의 입법목적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개정된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부칙에서 ‘보건의료사업을 하는 조합이 이 법 시행 이전에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둔 취지, 시형령 개정안이 부칙에 ‘기존 의료생협이 강화된 의료생협 설립요건을 충족하기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규정’한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 원칙에도 크게 위배된다.
 
▲ 의료생협 개악법을 철회하라며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10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1만명 탄원서를 작성해 국회, 청와대 등 정부 요로에 제출했다.
 
공정위가 주장하는대로 특정인에게 고율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문제이면, 최고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 영리기업도 부채비율은 자본계정의 몇% 비율로 되어 있으나, 자본금계정의 자본잉여금등 자본금계정을 모두 포함하여 비율로 산정한다.
 
더군다나, 의료생협은 이익을 출자금 증자나 배당을 하지 못하므로 순수한 출자 이외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주주로서 투자하는 것보다 출자자로서 출자하는 것은 반대급부측면에서 출자자가 월등히 불리하다. 배당금이 없는 것은 물론 출자금이 많다고 의사결정권이 출자금 비례로 있는 것이 아닌 1인 1의결권이기 때문에 더욱이 조합에 출자할 이유가 없다.
 
광주의 한 의료생협 이사장은 “순수 출자금의 2배만으로는 생협 자체의 병원설립은 불가능하다. 공정위의 법제정 이유로 든‘운영의 탄력성’은 오히려 운영의 탄력성 보다는 탄력성을 저해하는 입법이고,  특정인에게 고율의 이자율을 지급으로 잉여금을 탈취해 가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을 차입금규제로 묶으려 하는 것은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격으로 진단과 처방이 다른 잘 못된 처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 의료생협들은 공정위의 입법이 의료생협을 죽이려는 개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하며 공정위 앞에서 10일째 시위를 벌였으며, 반대의견을 국회, 청와대, 국무총리실, 법제처 등 관계부처에 10,000명의 탄원서와 함께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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