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5: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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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인 30대 여성 한 모씨는 얼마 전 친구에게 “100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을 오픈마켓을 통해 70만원에 샀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같은 사이트에서 핸드백을 구매했다.그리고 얼마 뒤 수선할 일이 있어 백화점 매장을 방문했다가, “정품이 아니기 때문에 수선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당국의 강력한 단속으로 동대문 패션 타운 등 오프라인 시장에서 사라진 가짜 명품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오픈 마켓을 파고 들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문제는 정부가 대책 마련을 게을리 하는 사이, 유명 업체들이 판매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특허청에 따르면 2008년 옥션과, G마켓, 11번가를 비롯한 대형 오픈마켓 4곳에서 적발된 위조품 판매건수는 1만505건, 액수로 따지면 85억 원이 넘는다. 이를 명품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적어도 500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적발 건수 자체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아 실제로는 연간 2,500억~3,000억 원대의 짝퉁 블랙마켓이 온라인상으로 형성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한 해 1만 건이 넘는 사건이 적발되고 있지만 이를 모르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피해를 당한 사실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오픈마켓은 이런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않는다.“오픈마켓 소비자피해 책임지지 않아”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2항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통신판매업자에게 의뢰를 받아 통신판매 중개를 함에 있어서 의뢰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약정하여 소비자에게 고지한 부분에 대하여는 의뢰자가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짝퉁이나 불법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판매자가 아닌, 오픈마켓 업체는 법적으로 책임 질 일이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을 통한 짝퉁 판매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지난 상반기 소비자시민모임이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위조상품을 한번 이상 구입한 여성 5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구매가 33.2%로 가장 많았다. 특히 주로 주말 오후에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업계에 따르면 오픈마켓에서 ‘짝퉁’ 제품 판매가 주로 판매되는 시간은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말의 심야시간이다.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판매 관리가 소홀해지는 금·토요일 심야시간에 블랙셀러(불법판매업자)들이 짝퉁제품을 많이 판매하고, 다음날 오전이 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교묘한 수법을 사용한다”며 “주말 밤에는 되도록 오픈마켓서 명품구매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기는 오픈마켓’ 위에 ‘나는 블랙셀러’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는 위조품의 심각성은 바로 개인정보 도용에 있다. 블랙셀러들은 지난 2008년에 있었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을 통해 유통되는 개인 정보를 긁어 모아 허위 아이디를 만든다. 심지어 사망자 명단을 구해서 아이디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당시 한 오픈마켓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남의 정보를 도용해 만든 허위 아이디를 하루에 600개씩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현재 중국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블랙셀러들은 이런 정보를 이용해 판매자 등록을 한 뒤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사기 영업을 벌인다. 이들 때문에 아이디를 도용 당한 피해자가 세금을 추징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중개자로서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피해자가 직접 경찰서에 신고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오픈마켓들은 짝퉁명품 근절을 위한 대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G마켓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사와 멤버십 형태로 제휴하고 상표권자가 신고하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할 수 있는 브랜드 프로텍션 프로그램(BPP: Brand Protection Program)을 운영 중이다. 옥션은 구매자가 위조품을 구입했다고 신고하면 조사 후 위조품이면 판매자활동을 정지시키는 상표권자 권리 침해방지 프로그램인 베로(Vero)를 운영하고 있다. 11번가는 위조품이 발견될 경우 110% 보상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위조품 구매여부 판단과 구매시 구매가격 전액보상에 추가 적립금 제공 및 위조품 판매자를 형사고발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어 위조품 근절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제도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소비자의 신고와 모니터링에만 의존하고 있어 짝퉁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국회서 잠자는 ‘판매자공인인증제도’ 이처럼 피해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판매자 공인 인증제’ 도입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매자공인인증제도’란 개인판매자에 대해 회원가입시 범용공인인증제 등록을 의무화해 신원을 명확히 검증,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불법 아이디 개설을 막아 불법적인 상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판매자 인증방법은 국가기관에서 인증된 인터넷 공인인증서와 휴대폰인증, 신용카드 인증이 있다. G마켓은 공인인증서 방식과 신용카드 방식을 혼용해 사용하지만 신규가입셀러에 한하며, 이전 셀러에게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아 ‘반쪽’짜리 공인인증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옥션 또한 현재 휴대폰과 신용카드 인증 방식을 통해서만 실명 인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국내 오픈마켓 사업자 중에서는 100% 판매자 공인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곳은 11번가 정도다.11번가는 '짝퉁' 근절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뒤 2008년 7월부터 모든 개인판매자를 대상으로 범용공인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신분을 확인하는 등 불법 판매자를 가려내는 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개인셀러 검증 통해 소비자 보호해야정부 차원에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오픈마켓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통신판매중개자(오픈마켓)는 물품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고, 잘못된 정보제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연대책임을 묻는다’는 것. 이에 앞서 지난해 4월 이종걸 국회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인터넷 허위판매 행위 근절을 위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무적으로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통신판매중개자는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하고, 오픈마켓에서는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조치해 소비자 문제를 판매자와 함께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위조품의 유통을 방관한다면 국내 온라인 유통의 신뢰를 심각하게 떨어뜨려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셀러에 대한 인증시스템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의 시급한 국회 통과와 더불어 오픈마켓들 스스로가 판매실태를 철저하게 조사, 관리해 유명 브랜드들의 상표권 침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정기수 기자 guyer73@csnews.co.kr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11-01-0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