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피해배상을 제외하고 일상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후 발생하는 소비자불만의 최종적 해결은 교환 및 환불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환불이 교환보다 더 만족할 것이지만 아직도 교환 조차 편하게 하지 못하는 유통업체나 거래가 무지기 수다. 내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여자가 아침 일찍 택시를 타거나 가게의 아침 첫 손님이 여자면 소금을 뿌리던 시절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어쩌다 옷을 산 후 교환해 달라고 가져 가면 욕을 먹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사이는 백화점 등에서는 영수증이 있는 경우 환불을 해 주고 있고, TV 홈쇼핑 등에서는 1달이내 무조건적인 환불을 해 주고 있다. TV 홈쇼핑이 오늘 날 성공을 이룬 데에는 무조건적인 환불이 크게 한 몫 했다는 평가도 있다. 통신판매나 TV홈쇼핑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조건 없는 환불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거래에서 교환이나 환불이 쉽지만은 않다. 현재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대부분 ‘교환 또는 환불’ 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 환불의 성공여부는 사실상 사업자의 결정에 달려 있으므로 이 과정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옥신각신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환불제도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널리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소비자에게는 소비자불만을 해소시켜 줄 수 있고, 경제적 이익을 주며, 사업자에게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 향상, 그리고 판매증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환불에 따른 반품으로 재고 증대, 반품 처리비용 증가와 같은 기업의 비용부담증가라는 단점도 발생하지만, 소비자의 구매 위험부담을 덜어 주어 구매를 촉진시키고 소비자만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환불은 소비자만족을 보장하고, 재구매유도, 호의적인 소비자 구전활동 촉진 등의 효과를 창출하며, 사업자는 환불과정에서 제품에 대한 결함이나 불만족, 소비자취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본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약 8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 미국에서는 영수증이 있으면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수영복 등 위생품, 상하기 쉬운 식품 등)를 제외하고는 환불이 일상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선물을 구매할 경우에도 구매제품에 교환증 형태의 영수증(가격표시 없으나 교환 및 환불이 용이)을 제공하고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리 주변에서 원하지 않는 선물을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물을 받았을 때 교환권이 있어서 환불은 아니라도 최소한 교환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아직 백화점에서도 선물의 경우 영수증이 없어 교환이 쉽지 않고 환불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주권이 실현되고 있는 선진 외국에서는 제품에 결함이나 하자가 없더라도 환불을 수용하고 있으며 유통업체들은 자신들의 환불정책에 대한 정보제공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만족이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 상황에서 소비자불만을 근본적으로 해소시켜 주어 소비자만족을 높이고, 바람직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환불제도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분쟁이 적어지고 편안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교환과 환불에 대한 보다 명확한 관행, 법제도적 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거래 질서 확립에 교환 또는 환불제도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