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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모 나왔구나, 아이고 도 나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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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모 나왔구나, 아이고 도 나왔네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9.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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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표적 명절은 단연 ‘설날’과 ‘추석’을 꼽을 수 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일가친척. 얼굴이 반갑고 그동안의 소식이 궁금하다. 정성스레 조상님께 제를 지내고 차린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뭔가 좀 심심하다. 명절은 온 가족들이 모이는 한국식 ‘파티’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흥겹고 즐겁지가 않다. 도시에서 내려온 아들은 차 밀리기 전에 어서 떠나고 싶고, 시댁식구들이 불편한 며느리는 신랑 옆구리를 찌른다. 아이들은 모임이 빨리 끝나 친구들하고 게임하러 가고 싶어 한다.

예전에 명절은 그렇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을 수 있으니 명절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자치기 등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했던 게 ‘윷놀이’다.

온 가족이 모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놀이법도 간단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10여 년 전만해도 가정에서 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TV에서나 연예인들의 명절날의 행사로 간간히 비춰질 뿐이다.

윷놀이는 그저 놀이에 머문 게 아니다. 윷을 던져 뭣이 나올까하는 긴장과 환희의 교차로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웃고 즐기는 놀이적 성격은 물론 기능과 경쟁과 우연성의 경기적 성격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또 정초의 신수나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주술적 성격도 있었다.

윷놀이 기원에 대해서 중국의 ‘격양’이나 ‘저포’와 비슷하고, 몽고의 ‘살한’이란 놀이와 비슷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윷놀이 원형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기에 아직은 윷이나 윷판 유래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처음엔 농사 풍흉을 점치기 위해 점을 치는 놀이로 시작됐다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런 습속은 퇴색되고 마을사람들이 생활공동체 안에서 웃고 즐기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민간세시풍속으로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윷놀이는 한자어로 ‘척사(擲柶)’라고 한다. 농가에서 정초에 편을 갈라 한편은 산 동네(山農)가 되고 한편은 물 동네(水鄕)가 되어 윷을 던져 논다.

이때 ‘산농(山農)’이 이기느냐 ‘수향(水鄕)’이 이기느냐에 따라 그 해 농사가 높은데(高地)에서 잘 될지, 낮은데(低地)에서 잘 될지 판단하는 점법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봐도 윷은 농사의 풍흉을 예견하고자 하는 놀이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윷놀이 즐기기 요령>

윷놀이를 하려면 3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윷, 윷판, 말이다. 윷은 크기가 같은 둥근 통나무 토막 둘을 반으로 쪼개 네 쪽으로 만들어 던져서 엎어지고 뒤집어지는 수를 헤아려 끝수를 매기면서 윷판 위에 말을 놓아 쓰며 달리게 하는 것이다.

동물이름 따 도개걸윷모

윷 네 가락을 모아 높다랗게 던지고 하나가 뒤집어지고 셋이 엎어지면 ‘도’라고 해 한 점을 쳐서 윷판 말이 한발 뛰어간다. 둘이 뒤집어지면 ‘개’라 해 두 점 건너간다. 셋이 뒤집어지면 ‘걸’이라 해 세 점을, 넷이면 ‘윷’이라 해 네 점 건너간다. 넷이 다 엎어지면 ‘모’라 해 다섯 점을 달려간다. 이때 ‘도·개·걸·윷·모’는 모두 짐승이름을 뜻한다. 순서대로(지역에 따라서 풀이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보통 ‘돼지, 개, 양, 소, 말’을 뜻한다.

윷판을 말판이라 한다. 검은 점이 가운데 십자모양을 가진 둥근형으로 그려진다. 가장 높은 수를 ‘모’라 해 ‘말’을 뜻하는 이름을 붙인다. 말을 잡아서 죽이기도 하고 점수를 따라 점 표시를 옮겨 놓은 것을 ‘말을 쓴다’고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말 달리는 전쟁놀이를 곁들인 놀이로도 풀이된다.

윷판은 ‘모’가 네 번 나오면 한 바퀴 돌도록 굵은 점을 찍어 둥글게, 그리고 가운데 점은 네 ‘모’자리에서 셋 건너서 만날 수 있게 그려서 완성한다. 이 네 ‘모’가 나오면 놓일 자리가 원을 사등분하는 것은 동서남북을 가리킨다. 이 네 방위에서 불어오는 계절풍에 따라 샛바람이 불면 꽃피는 봄이 오고, 마파람이 불면 열매를 맺는 여름이 오고, 하늬바람이 불면 추수하는 가을이 오고, 높(北)은 산마루 뒤쪽에서 된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눈보라 뒤덮이는 추운 겨울이 온다는 사계절 순환을 뜻한다.

이 윷놀이는 말판을 말 한 마리가 한번 빙 도는 것으로 끝나는 단동내기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말 네 마리가 모두 지름길이든 중간길 또는 전체를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는 넉동내기가 보편적이다.


윷판에 ‘명산’이름 다는 것도

이처럼 말을 여러 갈래 길로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옛날 고대 부족국가사회에서 황제가 중앙에 군림해 저가, 구가, 우가, 마가 등 여러 관직을 맡은 장으로 하여금 말을 타고 달려 관할부족국가들의 민정을 살피고 돌아와서 대사(大使)를 중심으로 해 보고하게 한데서 유래된 게 아닐까 보인다.

윷놀이는 놀이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내기와 겨루기가 목적이기도 하다. 특히 윷을 가지고 다 함께 신명나게 놀았기에, 윷놀이를 할 때 부르는 노래가 민요로서 각 지방에 전해 오기도 한다. 또 놀이적 재미란 차원을 넘어 협동심 고취, 갈등해소 등의 효과가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이번 설엔 고향 가는 길에 윷과 윷판을 챙겨가는 건 어떨까. 고리타분하게 생각된다면 놀이방법을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윷판에 우리나라 명산이름이나 고적이름을 정해본다거나 식구들 이름을 정해보는 것도 새로울 것 같다. 글로벌시대에 맞게 세계유적지나 우주의 별이름을 달아보는 것은 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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