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게 살다 간 금천교 떡복이 할머니...손님들이 추모해

전재산 장학금 기부하고 홀연히 떠나....손님들 발걸음 멈추며 추모해

2015-11-16     유한희 기자

[ 소비라이프 / 유한희 기자 ] 소비자와의 소통을 몸소 실천하고 사람 냄새나게 사시던 떡복이집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조용히 떠낫어도 잔잔한 감동은 큰 물결로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 금천교시장에서 40년 넘게 간장떡볶이를 팔아온 김정연 할머니(98세)가 지난 3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경복궁 서촌 세종먹자 골목의 금천교시장에서 떡복이를 팔던 김 할머니는 개성에서 내려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평생을 가족을 그리워하며 시장에서 홀로 살았다. 할머니는 두 사람이 겨우 쪼그리고 앉을만한 허름한 좌판에서 무쇠솥뚜껑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떡볶이를 간장, 기름 등의 양념을 넣어 만들었는데 맛이 독특해 단골 손님이 많았다. 

할머니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떡볶이를 주는가 하면,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의 별세소식을 접한 이들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명복을 빌었다. 지금 가게 터에는 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알리는 글이 덮어 논 가게 빨간 포장에 붙었다. 단골 고객 한 명이 붙였다고 한다. 추모의 글이 한 두개 씩 붙어 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의 글을 읽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지난 7월14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 김찬식 동장과 변호사 입회 아래 떡볶이를 팔아 모은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종로구 사회복지협의회는 할머니가 기부한 집 전세금 7000만원과 예금으로 김 할머니 이름의 장학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요즘과 같이 각박한 세상에 사람냄새 나는 훈훈한 이야기로 ‘김할머니의 일생’이 잔잔하게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