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호]‘제주흑돼지’ 260여 마리 천연기념물 된다

2015-03-23     고혜란 기자

[소비라이프 / 고혜란 기자] 제주도의 명물로 꼽히는 ‘제주흑돼지’가 천연기념물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제주흑돼지’가 천연기념물에 지정될 경우 제주도는 제주마(제347호)와 제주흑우(제546호)에 이어 세 번째로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이 탄생하게 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6일 제주 축산진흥원이 기르고 있는 흑돼지 260여 마리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돗통’ ‘혼례’ 등 제주문화 속 깊게 자리해

한반도에 돼지가 처음 들어온 것은 만주지역에 서식하던 돼지가 한민족과 함께 유입되면서부터로 추정된다.

제주 지역에서는 삼국지 위지 동이전(三國志 魏志 東夷傳, 3세기), 성호사설(星湖僿說, 18세기) 등의 고문헌을 통해 흑돼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이는 제주흑돼지가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또한 육지와 격리된 제주도의 지역·환경적 여건상, 제주흑돼지는 고유의 특성을 간직하면서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 역사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돌담을 둘러 터를 잡고 변소에 돼지를 함께 둬 길렀는데 이를 ‘돗통’이라고 부른다. 돗통은 배설물과 음식물 쓰레기 처리, 퇴비 생산이라는 생태순환적 원리가 반영된 제주 특유의 시설이다.
또한 제주도에서는 돼지고기가 혼례, 상례 등에 항상 올려지며,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돗새끼회’(암퇘지 자궁 속의 새끼돼지로 만든 회) 등에서 보듯이 제주 향토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근대화 거치며 개체수 급감…절종위기

제주흑돼지는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과의 교잡(交雜, 유전적 조성이 다른 두 개체 사이의 교배)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 수가 급감해 절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이하 ‘제주 축산진흥원’)에서는 1986년에 우도(牛島) 등 도서벽지(島嶼僻地)에서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현재까지 순수 혈통의 제주흑돼지를 사육·관리하고 있다.

재래종 돼지 5마리를 대상으로 순수계통 번식사업을 시작해 현재 복원 사업으로 260여 마리를 보존·관리하고 있다.

이번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 내에서 사육 중인 제주흑돼지 260여 마리에 한정된다.

이와 별도로 현재 제주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흑돼지 8만 319두(2014년 말 기준)는 천연기념물과 무관하게 식용 가능하다.

이들 흑돼지는 유전자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는 차별된 혈통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도 육지 흑돼지는 귀가 크고 앞으로 뻗은 데 반해, 제주흑돼지는 귀가 작고 위로 뻗어 있다.

문화재청은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여 체질이 튼튼하고 질병에도 강하여 우리나라 토종 가축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체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제주흑돼지는 제주 축산진흥원의 엄격한 사양(飼養; 가축이나 짐승에게 알맞은 영양소를 공급해 건강하게 자라고 번식을 잘하도록 함)관리 지침에 따른 혈통관리·질병관리·번식관리 등으로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더욱 안정적으로 혈통이 보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