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멤버십 혜택 줄이는 기업들의 '꼼수'...뿔난 소비자들

기업들의 멤버십 혜택 축소 만행을 제지할 수 있는 규정 필요해

2015-02-04     강하영 기자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고객의 실적에 따라 기업에서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이 슬그머니 축소·변경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멤버십 혜택과 관련한 기업들의 만행을 제지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CJ그룹은 계열사 통합 멤버십 서비스 CJ ONE의 2015년 VIP등급 및 혜택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CJ ONE은 지금까지 한 해 동안 총 4개 이상의 브랜드에서 50만원 이상 구입한 고객을 VIP로 선정해 여러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2015년에는 VIP외에 VVIP와 SVIP 등급이 새로 생겼다. VVIP는 80만원 이상, SVIP는 VVIP중 최상위 0.1%가 기준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매년 VIP 수가 많아짐에 따라 고객들에게 보다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등급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명과 달리 새로운 등급이 생겨나며 VIP혜택이 축소되었다. 지난해까지 제공됐던 CJ E&M 공연 특별할인이나 뚜레쥬르, 빕스 등의 할인쿠폰이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

CJ CGV는 VIP 선정기준을 1만 포인트에서 올해부터 1만2,000포인트로 높였으며, 영화 관람권 구매 시 포인트를 이용해 반값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횟수도 줄였다.

롯데시네마도 올해부터 VIP골드 회원 혜택 중 관람권 1개를 줄이고 4,000원 할인권 개수도 6매에서 2매로 축소했으며, 메가박스도 CLASSIC 1+1 관람권 지급을 사용률이 저조하므로 중단 한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도 멤버십 혜택을 축소하기는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기존 VIP 가입자들에게 포인트를 무제한 제공하던 무한멤버십 혜택을 없앴다. 그대신 가족결합 이용자에 한해서만 무한 멤버십을 제공한다. 개개인의 이용 실적에 따라 부여했던 무제한 포인트를 가족 모두가 SK텔레콤을 이용해야만 받을 수 있도록 바꾸면서 사실상 통신업체를 옮길 수 없도록 묶어두는 제도라며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KT도 5일부터 올레TV의 멤버십 포인트 할인 비율을 50%에서 20%로 변경했다. 또한 지난달 1일부터 올레 포인트를 BC카드 오포인트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없앴고, 기기 수리 비용도 전액 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20%만 결제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까지 4단계로 나눴던 멤버십 등급을 올해부터 6단계로 늘리고 등급 구분 기준을 누적 납부요금에서 전월 이용 요금제로 변경했다. 그만큼 매달 고가 요금제를 이용해야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아무리 오랜 기간 LG유플러스를 이용했어도 낮은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처럼 변경되는 멤버십 혜택은 제휴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 종료 및 재개 시점이 각각 다르므로 소비자는 변경 시기 및 내용을 제때 알기가 어렵다. 또한 기업에서 여러 혜택을 부풀려 고객을 확보한 후 일방적으로 혜택을 축소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슬그머니 멤버십 혜택을 축소·변경하는 것에 대해 관련 규정이 없고, 소비자 보호당국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에서는 “혜택을 부풀렸다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행위는 ‘부당한 고객유인’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라는 말뿐인 상황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멤버십 관련 민원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기업이 멤버십 혜택을 축소한 사실과 그 내용을 모르다가 실제  멤버십을 사용하는 시점에서야 축소 사실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기업들의 일방적인 멤버십 혜택 축소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므로 멤버십 혜택과 관련해 소비자를 보호할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