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입법 여건 무르익었다…이제 22대 국회가 답할 차례

한소연, 국회 입법박람회서 입법 책무 강조 한총리의 확대 방침·법무부 추진 과제·시민사회 요구 모여…처리 일정과 실행 방안 구체화해야

2026-11-05     김현식

[소비라이프/ 김현식]

한국소비자단체연합(한소연)이 2026 국회 입법박람회에서 집단소송제 도입을 22대 국회가 완수해야 할 핵심 입법 과제로 제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의 제도 확대 방침과 국회의 관련 법안 발의, 시민사회의 입법 요구가 맞물린 만큼, 이제는 논의를 실제 법 제정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한소연이 입법박람회 자료에서 제시한 방향은 옵트아웃 방식의 집단소송을 일반 상거래로 확대하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가 대표로 소송을 수행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외를 신청하지 않은 해당 집단의 피해자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피해액보다 소송비용이 커 권리를 포기하는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구제 수단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성숙 국무총리, 법무부 집단소송제 도입 언급

정부의 정책 방향도 구체화됐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9월 8일 제17차 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소비자 전 분야로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법원의 사업자 자료제출 명령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의결된 제7차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에도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지원과 실질적인 피해 회복 체계 구축이 담겼다.

법무부 역시 ‘2026년 하반기 핵심 추진과제’의 국가정상화과제에 집단소송제도 확대를 포함했다. 일반적 집단소송제도를 통해 집단적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겠다는 방향이다. 입법 요구가 정부의 공식 추진과제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소연은 9개 회원단체가 축적한 소비자 상담과 피해 대응 경험을 입법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제시했다. 이와 별도로 19개 소비자·시민단체로 구성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는 11월 2일 광화문에서 연내 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민 10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국회에는 15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발의 자체가 피해구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적용 범위와 소송 절차, 기존 피해 사건에 대한 적용 문제를 정리해 실제 처리 가능한 법안으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

입법 과정에서는 피해구제의 실효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옵트아웃 방식을 채택한다면 피해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제외 신청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승소뿐 아니라 패소 판결의 효력도 집단 구성원에게 미칠 수 있다는 점까지 안내해야 한다.

기업보유 자료 접근...증거확보와 개인정보 보호 및 영업비밀보호 함께 다뤄야

기업이 보유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증거 확보 절차도 중요하다. 개인정보와 영업비밀 보호 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소송허가 요건과 대표당사자의 적격성, 화해 및 변호사 보수에 대한 법원의 통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소송 부담은 실제 비용 자료를 토대로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

소급 적용은 별도의 합의가 필요한 쟁점이다. 법 시행 전 발생한 피해를 어디까지 포함할지, 소멸시효가 완성되거나 판결이 확정된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구분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입증책임 조정 역시 집단소송제 도입만으로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관련 법률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향후 로드맵은 ‘쟁점 정리→법안 처리→시행 준비→피해구제→성과 평가’로 구체화할 수 있다.

아래 일정은 실행을 위한 정책 제안이며, 정부·국회가 확정한 일정은 아니다.

단계·제안 시점 책임 주체 핵심 과제
2026년 11월: 쟁점 정리 법사위·발의 의원실·법무부 법안별 차이와 심사 현황 공개, 적용 범위·소급 적용 등 쟁점표 및 심사 일정 마련
정기국회: 합의·처리 추진 여야 지도부·법사위 통합 심사안 마련, 법사위 의결과 본회의 처리 추진. 미처리 시 다음 임시국회 심사 일정 공개
공포 후 시행 전: 운영 준비 법무부·법원행정처·관계 부처·국회 하위 규정·법원규칙 정비, 예산·인력 확보, 피해자 고지·제외 신청·배상금 분배 절차 구축
시행 초기: 실제 피해구제 법원·소비자단체·법률구조기관·기업 피해자 안내와 증거 확보 지원, 자료 보전·제출, 판결과 화해에 따른 배상 이행
시행 1년 후: 성과 평가 국회·정부·법원·시민사회·학계 소송 기간, 실제 배상금 수령률, 분배 비용과 기업 부담을 점검해 보완입법 검토

국회의 역할은 처리 목표를 정하고 이견을 조문으로 좁히는 데 있다. 총리실은 부처 간 조정을 맡고, 법무부는 입법 지원을 총괄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금융당국은 분야별 피해와 제도 운영 자료를 제공하는 협업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법원은 재판의 독립성을 전제로 인력과 절차,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한소연과 시민단체는 소송을 포기한 이유, 증거 확보의 어려움, 배상까지 걸린 시간 등을 입법 자료로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과 경제단체 역시 업종·규모별 부담 자료와 실행 가능한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담합·불공정 거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집단소송제의 성과를 가르는 기준은 법안의 숫자가 아니다. 피해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 안에 정당한 배상을 받는가가 기준이다. 정부의 추진 방침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작동하는 법률로 연결하는 일, 그것이 한소연이 이번 입법박람회에서 22대 국회에 제기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