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줄 알아야 말할 수 있다"... AI 시대 중,장년의 자격

중,장년에게 어렵고 낯설고 힘들다는 AI 다 따라가지 못해도 써본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다.

2026-10-26     천명이

[소비라이프/ 천명이 칼럼]
지금 가장 뜨겁고 무시할 수 없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독보적으로 분명한 트렌드는 단연 생성형인공지능 AI이다.

나는 22년째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및 강의를 하고 있는 전직지원전문가로서 현장에서 중장년 세대인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인 고객들을 만나는데, 바로 이 AI 때문에 다들 고민이 많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버거운 중장년들

이 분들은 사무직 출신들로서 젊은 세대들보다 능숙하지는 않아도 챗GPT나 제미나이 등을 검색 대신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도의 활용을 하는 분들이 반, 아예 관심을 안 가지고 있는 분들 반 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이런 분들을 상대로 강의시간에 음악, 이미지, 보고서 같은 것을 AI로 뚝딱 만드는 것을 시연해 드리면 몹시 감탄하면서 전에 없는 관심을 가지지만 강의가 끝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후배 혹은 자녀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접하고 디지털 세상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볍게 적응하는데 비해 성인이 된 뒤 뒤늦게 새로운 것들을 접한 우리 중장년 이상 세대에게 컴퓨터 사무자동화나 스마트폰 사용, 그리고 최근의 AI 활용은 따라잡기 버거운 세상의 변화다.

세상의 변화를 무시할 수 없어서 막상 좀 해보려고 하면 어렵고, 낯설고, 힘들다는게 컨설팅시간에 듣는 그 분들의 공통적인 걱정이다.

아직 현업에서 일을 하면 필요에 의해서라도 배우게 되는데 중장년 사무직 퇴직자들은 당장 필요한 게 아니다 보니 더욱 새로운 것을 배울 명분도 이유도 없다.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혹은 환경에 의해서 하는 것이 일부러 마음을 먹어야 뭔가를 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웠던 AI 

컨설팅 현장에서 작은 도움을 주는 것이 직업소명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만나는 퇴직준비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왜 지금 이 거대한 트렌드를 우리 중장년이 무시하지 않고 따라가야 하는지 설득하는데 애쓴다.

설득을 하려면 나부터 알아야 하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한 독학과 더불어 AI 관련 강의가 보이면 다 쫓아다니면서 들어 보았다. 지난 2년간 8시간 1일 교육 총 10여개 정도에 참여했으니 적은 시간은 아니다. 나도 처음엔 ‘도대체 AI 만든 놈들이 누구냐?’ 며 화내고 미워하고 밀어냈지만 20대인 아들의 ‘ 알고 나서 미워하시라’ 는 설득에 넘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막상 해보니 일단 입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2~3달에 한번씩 강의를 들으면서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았다.

두어달전에 배웠던 도구가 어느새 없어졌고 새로운 이름의 AI가 생겨났으며 구현되는 기능들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모를 때보다 더 겁이 났다. 그리고 짜증도 좀 났다. ‘ 눈도 침침하고 기억력도 떨어져 가는데 도대체 이 나이 먹도록 언제까지 배워야 하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죽기 직전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현대인의 운명이 아닌가 생각하니 할만해졌다.

새로운 것 다음에 또 새로운 것

요즘 나의 새로운 배울거리는 AI 에이전트이다. 모든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를 자동화해준다고 해서 공부하는데 그야말로 끝내준다. 쌓이는 이메일 중 광고나 필요없는 것은 자동으로 삭제가능, 답장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답하면 되냐고 물어본 뒤 승인하면 자동 발송가능, 내 컴퓨터의 정리되지 않는 파일들도 내가 강의하고 있는 시간에 혼자 작업하여 정리를 해준다. 하지만 막상 그 자동화작업이 만족스럽게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클릭 질과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예상치 못한 장벽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처리해야 할 때는 과정을 투자할만하지만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개인의 작업일 경우는 그 정도 시간과 노력 투자를 하기가 아깝기도 했다. 만들고 수정하고 감수하는 과정이 이렇게 어렵기 때문에 각 회사들의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서비스가 수익을 창출하는 뉴 아이템이라는 사실이 충분히 납득되었다.

향후 우리가 만나게 될 AI의 단계는 우리에게 또 어떤 것을 배우게 만들까? 한편으로 기대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쓸 줄 알아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중장년 이상의 연령이라면, 그리고 아직도 AI는 본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고 AI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사뿐히 올라타 내 인생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 가시라. AI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 조차 ‘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 속도를 늦춰야 한다’ 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부작용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현란한 AI의 거짓말(Hallucinations)은 많이 들어봤을테고, 사용자의 허락없이 유료결제를 해버린 사례, 긍정적인 답만 해줘서 사용자가 사업하다가 폭삭 망한 사례 등 갑자기 너무 빠르게 발전하는 AI는 우리의 삶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런 큰 트렌드 앞에서 우리는 무기력하게 끌려가거나 남들 가는 데로 따라가는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AI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해 나가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장년은 AI가 낯설다고 젊은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는 말자. 다양한 나라, 다양한 세대의 사용자가 의견을 내야 진짜 도움이되는 AI로 발전하지 않겠는가?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마을의 노인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로운 해결책을 아래 세대에게 전수하곤 했다. 하지만 정신없는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는 요즘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자신감을 잃고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이제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니 그냥 이대로 살래.' 제발 이러지 말자.

AI의 원리까지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최고의 수준까지 따라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 삶에 필요한 한두 가지만 써보면 된다. 그리고 써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다. 소비자가 의견을 말해야 서비스가 좋아지듯, 중장년인 우리도 써보고 말해야 AI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겠는가? 나이가 들고 몸은 늙어가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기준 하나만 있으면 된다. 다 따라가지 못해도 써본 사람의 말에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