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유출은 절도” 티빙 피해자들, 집단소송·자동보상 촉구

조정훈 의원 “개인정보도 재산”…개인정보관리 협동조합·데이터 노동 보상 제안 조연행 부회장(한국소비자단체연합) “집단소송법 등 소비자권익 3법 더 미룰 수 없어” 정길호 대표(소비자와함께) “집단소송제 우선 입법되어야 소비자 권리구제 길 열려 ”

2026-09-18     김현식 기자

[소비라이프 / 김현식 기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이 국회에 모여 “피해자가 신청해야만 보상받는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소비자단체는 대규모 피해를 한 번에 구제할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 도입을 촉구했고, 조정훈 의원(국민의힘, 서울 마포갑)은 개인정보를 민법상 재산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정훈 의원은 9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간담회’를 열고 피해자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 조연행 부회장(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정길호 부회장(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 등이 피해 소비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조정훈

3,954만 계정 유출…피해 수습 책임까지 소비자 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 결과 티빙 침해사고로 유출된 계정은 중복을 포함해 3,954만 개다. 활성 계정 2,206만 개, 휴면·탈퇴 계정 1,737만 개, 테스트 계정 11만 개가 포함됐다. 한 사람이 최대 13개 계정을 가진 사례도 있어 계정 수를 실제 피해자 수로 봐서는 안 된다. 유출 정보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 20개 항목이 포함됐고, 온라인 본인확인에 쓰이는 연계정보(CI)도 1,320만 건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간담회에서 피해자들은 모르는 번호와 국제전화, 메신저 사기 시도가 늘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바꿀 수 없는 CI까지 유출됐지만 초기 대응은 비밀번호 변경 등 개인의 자구책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내 정보가 어디까지 흘러갔는지 알 수 없다”, “유출된 정보가 인증이나 금융사기에 악용될까 두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티빙은 9월 7일부터 30일까지 앱과 홈페이지에서 피해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탈퇴 회원은 다시 가입해야 신청할 수 있고, 신청 기간을 놓치면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티빙 포인트나 콘텐츠 이용 혜택도 서비스를 떠난 피해자에게는 실질적 보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과징금의 일정 비율을 피해구제기금으로 쓰고, 별도 신청이 없어도 기업이 유출 대상자에게 자동으로 보상하는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간담회에서

“소비자에게 집단소송이라는 무기를”

조연행 부회장은 집단소송법·징벌적 손해배상제·증거개시제를 묶은 ‘소비자 권익 3법’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기업의 과실과 손해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현재 구조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정길호 공동대표는 세 제도 가운데서도 집단소송제의 우선 입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같은 원인으로 다수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일부 피해자의 판결 효력이 전체 피해자에게 미치도록 해야, 시간과 비용 때문에 소송을 포기하는 소비자에게도 권리구제의 길이 열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집단소송이 거대 플랫폼과 맞서는 소비자의 현실적인 ‘무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은 “정보는 자산이고 정보유출은 절도”라는 관점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개인정보를 수익 창출에 활용하면서도 관리 실패의 비용은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정보관리 협동조합·데이터 노동 보상 제안

조정훈 의원은 개인정보를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가진 개인의 재산으로 규정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시민이 자신의 정보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기업과 활용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개인정보관리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인이 플랫폼에 제공하는 정보와 활동이 기업의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만큼 ‘데이터 노동’에 대한 보상 체계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티빙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상대로 사고 대응과 제도 개선책을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논의의 핵심은 개인정보의 재산적 가치를 법에 어떻게 담을지, 자동보상과 피해구제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할지, 집단소송제를 개인정보 침해 사건에 우선 적용할지에 모일 전망이다.

개인정보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출 사실을 통보받은 뒤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고 보상까지 신청해야 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 통지·자동 보상·집단 구제가 이어지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