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부동산 칼럼] 비거주 1주택 과세, '전세 대란' 공포는 과장됐다
주거 이동 사슬을 따라가면 밀려나는 쪽은 구축 세입자, 내려가는 쪽은 신축 임대료다
[소비라이프 / 유효상 부동산 칼럼]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과세 체계 확립을 목표로 발표한 비거주 1주택자 세제개편안을 둘러싸고 시장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8월 3일 확정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거주 여부에 따라 갈랐다. 실제 거주하는 주택은 현행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대신, 임대를 놓거나 비워둔 비거주 주택은 9억 원으로 낮추는 차등 과세가 골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올리고,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50%까지 깎아주던 1주택자 세액공제를 거주 기간 기준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보유 기간 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고 거주 기간 공제로 무게중심을 옮기되, 2029년부터는 10억 원의 공제 한도를 신설한다. 다만 취학, 전근, 부모 봉양 등 '부득이한 비거주'는 거주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주의할 것은 이 개편안이 아직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입법예고 기간 중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은 거주·비거주 차등 자체를 재검토하자고 공개 요구했고,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12억 원으로 되돌리거나 실거주자와 동일하게 14억 원으로 통일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원안을 국무회의에 올린 뒤 국회 심사 과정에서 기본공제와 세 부담 상한을 조정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승부처는 이제 국회로 넘어간 셈이다. 그렇기에 개편안이 불러올 시장 반응에 대한 예측도 한층 냉정하게 검증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개편안 발표 직후 언론과 시장 일부에서는 비거주 소유자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당 주택으로 직접 입주하면서 전·월세 공급이 급감하고, 세입자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은 주거 이동 사슬의 역학 관계와 임대차 시장의 가격 결정 원리를 입체적으로 살피지 못한 채, 정부 규제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치우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입주 러시가 온다 해도, 그것은 '전세 소멸'이 아니라 '자리바꿈'이다
실제로 입주가 가능한 비거주 1주택 소유자층의 주거 이동 경로를 따가 보면, 일방적인 전세난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형태를 정밀하게 집계한 공식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되는 유형이 하나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구축 아파트를 임대인 자격으로 보유한 채, 본인들은 직주근접이나 교육 환경이 우수한 신축 아파트에 임차 형태로 거주하는 경우다. 이른바 '보유와 거주의 분리'다.
이들이 세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보유 중인 구축 아파트로 입주를 감행한다면, 충격은 정작 그 구축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계약 갱신이 막힌 세입자는 보증금이나 월세 조건이 열악한 주거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전·월세 물량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물량이 놓인 자리와 그 물량을 차지하는 사람이 바뀌는 것이다.
반면 이들이 빠져나간 신축 아파트 시장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고가로 임차 생활을 하던 수요층이 이탈하면 신축 임대 물건은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는다. 이는 곧 공실 위험으로 이어지고, 임대가 성사되더라도 기존 가격선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임대차 시장은 단순한 공급 부족이 아니라 주거 형태별 수요 이동과 가격 조정이라는 복합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 시나리오 또한 하나의 추론이다. 이동의 규모와 속도, 지역별 편차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입주 = 전세 대란'이라는 단선적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상당수 언론이 이 대목을 외면한 채 정부 비판이라는 결론으로 직행한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세금은 전가되지 않는다, 임대료의 상한은 세입자의 지불 능력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비거주 1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을 전·월세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오독한 결과다.
주목할 것은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의 전세가율이 오히려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KB부동산 통계 기준으로 올해 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0%대인 반면, 강남구는 30% 후반, 송파구와 용산구는 40%를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주택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전세 가격이 그에 비례해 무한정 치솟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임대차 가격의 상한은 결국 임차인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과 지불 능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세금이 늘었다고 해서 임대인이 임의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시장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늘어난 세 부담은 온전히 소유자의 몫으로 남는다.
다만 전세가율 하락을 지불 능력이라는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매매가격의 가파른 상승, 상급지를 중심으로 한 보증부 월세 전환, 전세자금대출 규제, 갱신 계약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이 지표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임대료는 임대인의 비용 구조가 아니라 임차인의 지불 여력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조세 전가론이 현실에서 그대로 관철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도권 일극 체제, 세제만으로는 풀 수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물러나 볼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이 집중되고, 극심한 주거비용과 경쟁 속에서 출산율이 무너져 국가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로 돌아선 현실은 개별 부동산 세제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나라에서, 서울 집값 문제를 세율 몇 퍼센트로 다스리겠다는 발상은 애초에 무리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부의 편중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국토 균형발전에 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세종특별자치시 이전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국가 균형발전의 초석으로서 불완전하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는 행정부를 넘어 입법부와 사법부 역시 지방 이전의 대의에 스스로 동참해야 할 때다.
아울러 기업의 지방 이전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함께, 법인세 감면 및 파격적인 재정·행정적 지원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꾸준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몇 년짜리 시책으로는 기업의 입지 결정을 바꾸지 못한다.
급속도로 발달한 정보통신 기술과 광역 교통망은 이미 물리적 거리를 상당 부분 좁혀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의지의 문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해소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이야말로 국가 경쟁력 강화와 주거 불안 해결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시대적 과제다.
세제는 신호를 줄 뿐이고, 판을 바꾸는 것은 결국 국토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