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카드 승인액 7.6%↑…반도체 훈풍, 아직 가계 문턱을 못넘었다
건당 결제액, 법인 7.2%↑ 개인 1.0%↑… "기업 이익의 낙수, 시차 발생 여전"
[소비라이프 / 김현식 기자]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2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336.9조원, 승인건수는 79.6억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6.0% 증가했다.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3.7%에서 5개 분기 연속 확대됐다. 총량만 보면 소비가 살아났다. 그러나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분리해 보면 회복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개인은 횟수, 법인은 단가가 밀었다
개인카드 승인금액은 273.7조원으로 7.4%, 승인건수는 75.5억건으로 6.3% 늘었다. 금액과 건수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면서 건당 평균승인금액은 36,256원, 증가율은 1.0%에 그쳤다. 결제 한 건의 크기는 거의 그대로인데 결제 횟수가 늘어난 구조다.
법인카드는 정반대다. 승인금액은 63.4조원으로 8.7% 증가했지만 승인건수는 4.1억건, 1.4%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건당 평균승인금액은 154,341원으로 7.2% 뛰었다. 결제 건수는 제자리인데 한 건당 금액만 커진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의 온기, 아직 기업 지갑에 머물러
배경에는 극단적으로 편중된 기업 실적이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코스피 상장사 634곳의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388조15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15% 급증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 전체의 63.09%를 차지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대비 15.6% 늘어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만의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체감 경기도 갈렸다. 7월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103.2로 2022년 6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였던 반면 비제조업은 95.2에 머물러 격차가 8포인트로 벌어졌다. 한국은행 통계에서 5월 법인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1조5215억원으로 2003년 집계 이래 월간 최대였고, 1~5월 누적 증가율은 11.1%였다. 같은 기간 개인카드 누적 증가율은 5.63%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부문의 수익이 낙수효과를 통해 가계로 파급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와 정책자금이 만든 '금액 착시'
승인금액 증가분에는 가격 요인도 섞여 있다. 2분기 휘발유 평균가는 리터당 2,001원으로 21.9%, 경유는 1,995원으로 32.4% 올랐다. 법인카드 건당 결제액 상승에 유류·물류비 인상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운수업 승인금액은 8.3% 감소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항공권·여행상품 결제가 위축된 결과다.
가계 쪽에서는 정책자금이 결제 수단을 바꿨다. 정부가 4월 11일 발표한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신용·체크카드 충전, 지역사랑상품권,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됐다. 1차는 4월 27일, 2차는 5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선불카드 승인금액 비중이 지난해 2분기 0.86%에서 1.73%로 두 배가 되고,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8.3%)이 신용카드(6.3%)를 앞지른 것은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백화점·외국인이 끌고, 마트가 눌렀다
소비밀접 8개 업종에서는 보건·사회복지(7.0%), 숙박·음식점(6.8%), 도소매(5.9%)가 늘고 운수업만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로 백화점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2.9%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상반기 매출은 7.3% 줄어 2024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10조3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8% 급증했다. 숙박·음식점업 회복분의 상당 부분이 내국인 지갑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2분기 카드승인실적은 '기업 이익 → 고액 결제', '정책자금 → 소액 결제'라는 두 축이 만든 성적표다. 개인카드 건당 금액이 1.0% 증가에 그친 점, 그리고 8월 31일자로 지원금 사용기한이 종료된 점을 감안하면 3분기 개인카드 지표가 진짜 시험대다. 반도체 성과급이 언제 가계의 결제 단가를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