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생명] "온실가스가 혈액마저 바꾼다"…대기 중 이산화탄소 상승이 인체 비상벨을 울리다
호주 공동 연구진, 20년간 미국인 7,000명 혈액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인체내 이산화탄소 농도, 매년 평균 2.6 ppm씩 상승, 2024년에는 3.5 ppm 급증으로 충격
[소비라이프 / 김요찬 소비자기자]
혈중 중탄산염 7% 증가·칼슘 감소…성장기 아동·청소년 건강 영향 우려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이 단순히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체의 혈액 화학 성분까지 변화시키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변화는 아직 신체가 발달 중인 아동과 청소년 세대에게 더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주 키즈 연구소, 커틴 대학교, 호주국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Air Quality, Atmosphere and Health'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의 미국인 보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추이와 인체 혈액 화학 수치의 변화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20년간 수집된 혈액 데이터가 증명한 미세한 변화
연구진은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HANES)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수집한 약 7,000명의 혈액 검사 자료를 2년 단위로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2000년 약 369ppm이었던 대기 중 이산환탄소 농도가 420ppm을 넘어설 때까지, 인체 혈중 중탄산염 평균 농도는 약 7% 증가한 반면, 칼슘과 인 수치는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탄산염은 체내 이산화탄소 수준 및 산-염기 균형을 조절하는 핵심 지표다.
연구를 이끈 알렉산더 라콤(Alexander Larcombe) 부교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인체는 혈액의 pH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중탄산염을 더 많이 보유하려 한다"며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50년 이내에 평균 중탄산염 수치가 정상 범위의 최상단에 다다르고, 칼슘과 인 수치는 정상 범위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산환탄소 농도"…적응 능력의 한계 지적
인류는 역사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약 280~300ppm인 환경에서 진화해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매년 평균 2.6 ppm씩 상승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3.5 ppm이 급증했다.
공동 연구원인 필 비어워스(Phil Bierwirth) 박사는 이번 연구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 일관되게 나타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어워스 박사는 "우리의 신체는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높은 농도의 이산환탄소에 맞춰 선천적으로 적응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체내 산-염기 균형과 호흡률, 중탄산염 수치의 미세한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산환탄소가 체내에 축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환경 문제를 넘어 '글로벌 공중보건'의 영역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온열 질환이나 이상 기후, 해수면 상승처럼 눈에 보이는 기후 재해 외에도, 대기 성분 변화 자체가 인간의 생물학적 체계에 직접적인 리스크를 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특정 임계점을 넘는다고 해서 당장 치명적인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전체 수준에서 느리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감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탄소 배출 감축 정책이 지구 온난화를 막는 환경적 목적을 넘어, 인류의 장기적인 신체 건강을 보호하는 생물학적 방어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후 정책 수립 시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