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극적 자살보도 줄인다…미디어·온라인 자살예방 대책 발표
자살보도 관리 강화…책임 있는 미디어 환경 조성 AI 활용 24시간 모니터링…온라인 자살 유발 정보 차단 고위험군 보호 강화…생명 존중 문화 확산
[소비라이프/이민주기자] 정부가 자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 환경을 개선하고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명인 자살 이후 모방 자살이 증가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증후군'이 반복되고, 청소년을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자살 유발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 사망 이후 일반인의 자살 사망이 급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 연예인 A씨 사망 이후 2개월간 자살 사망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8% 증가했으며, 동일한 수단인 가스중독에 의한 자살 사망자는 108.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극적이고 구체적인 자살 보도가 모방 자살을 부추기는 '베르테르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정부는 책임 있는 미디어 환경 조성과 온라인 자살 유발 정보 차단, 자살 고위험군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범정부 대책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설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한 '미디어·온라인 분야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5월 발표된 '9대 분야별 자살예방 대책'의 후속 조치로, 자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미디어 환경을 개선하고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종합 대책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생산-유통-보호' 3대 축으로 추진한다. 먼저 언론과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는 책임 있는 보도와 제작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살보도 권고기준 준수를 강화한다. 유명인 자살이나 청소년 자살 등 모방 위험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사에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언론계 자율심의기구와 협력해 보도준칙 위반 사례를 분기별로 공개한다. 반복적으로 기준을 위반한 매체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언론인과 영화·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 교육도 확대한다. 경력 단계별 언론인 교육을 강화하고, 제작 현장에는 '영상 콘텐츠 자살 장면 제작 지침'을 보급해 생명 존중 중심의 콘텐츠 제작 문화를 확산할 계획이다.
온라인상 자살 유발 정보 차단도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기존 인력 중심의 감시 체계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로 전환해 자살 유발 정보를 신속히 탐지하고 확산을 막을 방침이다. 정보통신사업자는 이용약관을 개정해 자살 유발 정보 유통의 위법성과 조치 내용을 이용자에게 안내하도록 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조치권 도입도 추진한다.
악의적이거나 수익을 목적으로 한 자살 유발 정보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집중 수사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살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해 상담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7월 시행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자살 등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온라인상 혐오·차별 표현을 불법 정보로 관리하고, 허위·조작 정보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자살 고위험군 보호와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도 나선다. 연령별 고민을 반영한 드라마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위기 상황별 대처 방법과 상담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청소년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자살예방 교육을 연계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위험 정보 대응 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자살 유발 정보의 위험성과 불법 유통에 따른 법적 책임을 알리는 디지털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종교계와 방송사 등 민간과 협력해 생명 존중 캠페인과 심리 상담, 청소년 교육 등 다양한 문화사업도 추진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국민, 특히 청소년들이 안전한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건강하고 책임 있는 미디어·온라인 환경을 만드는 데 관계 부처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