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껌 씹었더니 혈압이 뚝?"…입속 미생물이 밝혀낸 영양학의 반전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 구강 환경에 따른 '질산염 변환' 효율 확인

2026-07-21     김요찬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 / 김요찬 소비자기자]

단순 성분 섭취 넘어 "몸이 어떻게 활용하게 만들 것인가" 패러다임 제시

채소를 먹은 뒤 씹는 작은 껌 하나가 우리 몸이 음식 속 건강 성분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설탕이 포함된 껌이 입안 환경을 변화시켜 채소 속 질산염이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는 물질로 전환되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특정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차원을 넘어,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구강 환경과 미생물이 실제 건강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입속 박테리아가 깨우는 채소의 숨겨진 능력

비트, 시금치, 케일 같은 녹색 채소에는 혈관 건강에 좋은 질산염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하지만 질산염은 그 자체로 혈관에 직접 작용하지 못하며, 입안에 존재하는 특정 박테리아를 만나 아질산염으로 변환되어야만 비로소 우리 몸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

이렇게 바뀐 아질산염은 혈관을 확장하고 혈액 흐름을 개선하는 산화질소의 생성을 돕기 때문에, 결국 채소를 먹는 행위 못지않게 입속 미생물이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변환해 주느냐가 채소의 진짜 건강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열쇠인 셈이다.

연구진은 침의 산도가 이 질산염 변환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건강한 참가자들에게 비트 주스를 마시게 한 뒤, 설탕 껌과 무설탕 껌을 각각 씹게 하여 침과 혈액 속 아질산염 농도 및 혈압 변화를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설탕 껌을 씹은 참가자들은 무설탕 껌을 씹은 경우보다 입안과 혈액 내 아질산염 생성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일시적으로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모두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진은 설탕 껌이 침의 산도를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구강 박테리아가 질산염을 아질산염으로 변환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탕 껌 권장 아냐"…미래 식품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혈압 관리를 위해 설탕 껌을 정기적으로 씹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설탕을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충치 위험이 커지고 대사 건강에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진짜 가치는 설탕 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강 환경을 조절해 음식 속 유익한 성분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는 점에 있다.

이번 발견은 특히 스포츠 과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비트 주스처럼 질산염이 풍부한 식품은 운동선수들이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해 자주 애용하는데, 몸속 변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운동 능력 향상과 혈관 건강 개선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설탕을 사용하지 않고도 구강 미생물의 환경을 유리하게 조절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치아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질산염 대사를 개선하는 새로운 식품 기술이 개발된다면, 일상적인 식단만으로도 건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