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준공공기관, 소비자 중심 경영혁신 시급"… 금소연, 포용금융과 AI기반 신용평가 촉구

- 이재명 대통령 "포용금융은 선택 아닌 의무" 발언에 금융 시민사회 화답 - 신용평가정보 전면 공개·금리산정 투명성·디지털 소외계층 보호 4대 과제 제시 - "AI로 중·저신용자 상환의지 평가하고 1:1 협의 채널 열어야" 새 제안

2026-05-20     김현식 기자

[소비라이프/김현식 기자]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준공공기관'으로서 소비자 중심의 경영혁신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의 탄력성을 높이고 금리 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위기에 몰린 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과 디지털 금융 소외계층 보호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연맹(회장 조연행, 이하 '금소연')은 5월 20일 발표한 보도자료 제923호를 통해, 지난 5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제19회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밝힌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며 포용금융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발언과, "공급자 중심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제안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금소연은 이날 ▲성과주의 경영이 부른 '금리 절벽'과 저신용자 소외 ▲소비자 중심 신용평가체계로의 대전환 ▲금리산정 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권리 강화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오프라인 접점 유지 등 4개 항목에 걸쳐 금융소비자 권리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금소연은

"성과지표(KPI)에만 매달린 은행… 저신용자는 '금리 절벽'에 내몰려"

금소연은 먼저 정부 인·허가에 기반한 과점구조 속에서 은행이 수익성·건전성 위주의 성과지표(KPI)에만 경영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우량고객은 금리 우대를 받는 반면, 저신용자나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고객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만큼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는 이른바 '금리 절벽'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빚을 갚을 의지가 충분한 차주조차 과거 신용기록 중심의 평가규정 탓에 재기할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을(乙)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 데이터만 보는 신용평가… 상환의지·비금융 데이터 반영해야"

금소연은 현 신용평가모델이 과거 데이터에만 의존하고 소비자의 상환의지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짚었다. 밀린 금융 빚을 모두 갚아도 신용은 곧바로 회복되지 않고, 신용불량 기록이 삭제되는 최대 5년 동안 추가 대출이 거절되거나 고금리가 적용되는 현행 관행은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연체 해소 시 신용이 제때 회복되는 시스템 마련 ▲통신요금·공과금 등 비금융 데이터 반영 ▲상환의지의 수치화를 통한 재기 기회 부여 등 '포용금융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소연은 한발 더 나아간 보완책으로 신용평가정보의 전면 공개와 AI(인공지능) 기반의 1:1 상환 협의 채널 도입을 요구했다. 차별 없는 금융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평가 항목·가중치·산정 근거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중·저신용자의 체납 대출에 대해서는 AI가 차주의 소득 흐름·소비 패턴·비금융 성실납부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개별 차주별 상환능력 정보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사와 소비자 간 1:1 협의를 통한 맞춤형 상환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률적인 연체·신용불량 낙인을 막고, 차주의 실제 재기 가능성을 반영하는 '소비자 맞춤형 포용금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시민단체의 시각이다.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 산정 근거 투명하게 공개해야"

금리 산정의 투명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금소연은 은행이 가산금리에 포함시키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연체기록 삭제 기간 중에도 여전히 높게 책정하고, 업무원가와 목표이익률(마진)을 더하는 구조가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합리적 금리산정체계 마련 ▲대출 시 소득·담보·신용점수가 금리에 반영된 상세 자료 제공 ▲금리인하요구권의 명실상부한 권리화와 거래실적 기반 신용평가 정례화 ▲금리인하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와 사유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디지털 소외 막을 오프라인 접점 유지, 온·오프 수수료 차별 없어야"

모바일뱅킹 보편화와 영업점 통·폐합으로 인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 저하 문제도 짚었다. 금소연은 ▲현장 영업점의 일정 수준 운영 유지 ▲"소비자는 따라오라" 식이 아닌 동반자형 금융교육 강화 ▲온·오프라인 거래 간 부당한 수수료 차별 금지 등을 제언했다.

"힘의 불균형 없애고 입증책임은 금융사에"

강형구 금소연 부회장(사무처장 겸임)은 "금융거래 역시 당사자 간 계약인 만큼 금융사와 소비자 간 힘의 불균형을 없애고 대등한 관계를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가격결정·신용평가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약 이후에도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소비자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 발생 시 입증책임은 금융사가 지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융권이 대통령의 '준공공기관·포용금융' 메시지에 어떻게 응답할지, 그리고 AI 기술을 활용한 중·저신용자 맞춤 상환 협의가 제도화될 수 있을지가 향후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의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