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밀가루 가격 ‘짬짜미’…서민 밥상 흔든 대기업 담합
밀가루 가격 최대 4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 독과점 대기업들이 수조원 대 담합 저질러
[소비라이프/ 이가연 소비자기자] 국내 주요 제당·제분업체들이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사전에 합의해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민 물가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기초 식품 가격을 담합한 행위를 중대한 민생 침해로 보고 관련 기업과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밀가루, 설탕 가격인상 '짬짜미'로 담합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월 2일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유지하기 위해 경쟁사들과 담합한 혐의로 국내 주요 제당·제분업체 법인과 임직원 등 총 50여 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년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하며 사실상 경쟁을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가루의 경우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탐 등 주요 6개 제분업체들이 참여해 가격 변동을 공동으로 결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최대 40% 이상 오른 것으로 파악됐으며, 담합으로 형성된 거래 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설탕 역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시장을 과점한 업체들이 가격을 함께 조정해 약 3조 원대의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인 2025년 11월 26일엔 국내 1·2위 제당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표급 임원진 2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국내 설탕시장을 90% 이상 점유한 두개 업체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인 4월까지 3조2715억원 해당하는 규모로 담합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실제로 담합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최고 66.7%(2023년 10월)까지 올랐다.
검찰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범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낮은 편이어서 독과점 기업들이 담합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생활필수품 가격인상 담합 적발시,'가중 처벌하라' 여론 높다
검찰은 이런 담합이 단순한 기업 간 부당 거래를 넘어 소비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가중시켜 왔다고 판단했다. 밀가루와 설탕은 빵, 면류, 제과·제빵 등 일상 식품 전반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만큼, 가격 담합은 곧바로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인상된 식품 가격이 실제로는 기업 간 담합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 훼손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필수 식재료 시장에서의 담합은 경쟁 질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저소득층의 생계 부담을 직접적으로 악화시킨다”고 평가했다.
해당 담합이 수면 위에 올라 국민의 질타를 받은 뒤, 담합을 주도한 기업들은 설탕 및 밀가루의 가격을 내린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몇 년 동안 가격 올려 받아 놓고, 이제 와서 가격 인하를 내세워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게 괘씸하다.", "그동안 비싼 가격으로 사먹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잘못에 비해 처벌이 적다."는 반응이 나왔다.
검찰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담합의 구체적 실행 방식과 가격 인상 효과를 집중적으로 다툴 방침이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와 협력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활필수품 시장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