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면 어때? 텍스트힙, 한국인의 '독서 DNA'를 깨우다

-1020세대 도서 구매량 전년 대비 9.3% 증가 - "과시용 독서도 습관의 시작", 비난보다 격려가 필요한 이유

2026-02-04     이혜지 인턴기자

[소비라이프/ 이혜지 인턴기자]

2025년 지난해 한국의 문학업계는 큰 변화를 맞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책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각종 사이트와 도서관에는 예약 대기와 품절이 넘쳐났다. 이는 텍스트힙(독서 행위가 멋지고 세련된 활동으로 인식되는 현상) 유행을 불러왔다.

출처=핀터레스트,

텍스트힙 유행-책꾸, 독립서점, 필사 등 보여주기라도 독서 동기 효과 커져

2025년 '텍스트힙' 유행의 중심에는 ‘책꾸’(책 꾸미기), 독립서점 유행, 독후감 및 필사 등이 있었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북커버를 씌우는 등 책을 꾸미고, 대형서점이 아닌 서점 대표의 취향이 담긴 독립서점을 방문하고, 책을 읽은 후 리뷰를 쓰거나 필사노트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를 즐겼다.

소셜 미디어(SNS) 피드는 화려한 음식 사진 대신 정갈하게 놓인 책 한 권과 필사 노트, 그리고 각자의 개성으로 꾸며진 ‘책꾸(책 꾸미기)’ 사진들로 채워지고 있다. 텍스트(Text)와 멋지다는 뜻의 힙(Hip)을 합친 신조어 '텍스트힙'이 2025년 대한민국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에 자리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적 허영심’, ‘보여주기’라며 비판하기도 했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시작했더라도 책을 읽는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시각이 더 많았다. 독서전문가들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증'이라는 행위가 오히려 독서를 지속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스24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초 1020세대의 도서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으며, 문학 분야는 무려 39%의 성장세를 보였다. SNS를 통해 독서 기록을 공유하는 이용자들의 평균 독서량은 일반 성인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전시형 독서'가 '실질적 독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교환독서, 오디오북, 필사 및 독서모임 등 '진짜 독서'로 진화중

2026년에도 텍스트힙은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혼자만의 즐거움을 넘어, 타인과 책을 돌려 보며 각자가 남긴 메모를 공유하는 ‘교환 독서’는 꾸준한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또 온라인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등은 오디오책을 조금 더 듣기 쉬운 AI 음성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책을 신성시하며 반드시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이 이번 유행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책은 사놓은 것 중에 읽는 것"이라는 말처럼, 일단 책을 곁에 두고 만지는 행위 자체가 독서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텍스트힙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 루틴'으로 정착하고 있다. 과시로 시작했을지언정, 그 과정에서 마주한 텍스트 한 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진짜 독서'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텍스트힙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독서 문화의 재편이라 볼 수 있다. 꾸미고 공유하고 기록하는 과정 속에서 독서는 자연스럽게 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