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증가... 정말 원해서 쉬었을까?
취업, 학업, 직업훈련,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증가 ’쉬었음‘ 표현이 청년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소비라이프/ 이가연 소비자 기자]
취업이나 학업, 직업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증가하면서 청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청년층(만 15세~34세) 가운데 ‘쉬었음’ 상태로 분류되는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쉬었음 청년의 증가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고용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반복되는 취업 실패와 불안정한 노동환경이 청년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 고립과 자신감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하기보다, 단계별 취업 지원과 심리적 회복을 돕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정말 쉬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설 자리를 잃은 상태였던 걸까?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 A씨(26)는 ‘쉬었음’이라는 표현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A씨는 “쉬고 싶어서 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계속 지원서를 넣었지만 결과가 없었고, 어느 순간 더 이상 ‘구직 중’이라고 말하기도 지쳐서 멈춰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표현이 현실을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쉬었음이라고 하면 마치 제가 선택해서 쉬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선택지가 없었다”며 “일자리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상태를 ‘쉼’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취업이나 학업, 직업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을 가리키는 통계 용어인 ‘쉬었음 청년’.
표면적으로는 휴식과 회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 표현이 실제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지를 두고 다소 비판이 일고 있다.
‘쉬었음’이라는 단어는 마치 청년이 자발적으로 멈춰 선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많은 청년들은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노동시장 밖에 머물러 있다. 반복되는 탈락과 제한된 기회 속에서 구직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결과가 ‘쉬었음’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명명이 청년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업’이나 ‘구직단념’이라는 표현과 달리, ‘쉬었음’은 개인의 선택과 여유를 전제로 하는 뉘앙스를 지닌다. 그 결과 일자리 부족, 고용의 질 저하, 청년 친화적 노동시장 부재와 같은 구조적 원인은 배경으로 밀려나고, 책임은 개인에게 전가되기 쉽다는 것이다.
당사자들의 체감도 역시 통계 속 표현과 괴리가 크다.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들은 휴식보다는 불안과 압박을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시선과 자기검열 속에서, 이 시기는 회복의 시간이 아니라 고립의 시간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는 ‘쉬었음 청년’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책 대응의 방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가 ‘쉼’으로 인식될 경우, 필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나 재도전의 기회가 아니라 개인의 태도 변화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자발적 경제활동 이탈 청년’ 등 현실을 보다 정확히 드러내는 용어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년들이 정말로 쉬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설 자리를 잃은 채 멈춰 서 있는 것인지는 단어 하나에서부터 드러난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표현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청년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구조적 과제로 인식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