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20만 원대 시대…"마트 가기가 겁나요."
남는 쌀, 비싸진 밥상… 이해하기 힘든 ‘시장 격리’ 농가 “생존권 보장” vs 소비자 “물가 독식”
[소비라이프/ 이가연 소비자기자]
4일 국가데이터처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수확기 산지 쌀값은 80kg 한 가마당 평균 23만 940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가 급등했으며, 평년과 비교해도 16.2% 높은 수준이다.
일반 가정용에서 주로 구매하는 20kg는 평균 6만 원대를 기록했고, 7만 원을 돌파한 제품도 시중에 판매되는 중이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약 4만 6천 원대였다. 마트에서 세일을 할 때는 4만 원대 초반에도 구매가 가능했지만 2025년 들어 정부의 대규모 시장격리(쌀 수매)와 생산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며, 지난해 9월부터 평균 소매가가 6만 원을 넘어섰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남는 쌀을 강제로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공급 과잉 속에서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매년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는 '물가 폭탄'으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농림부와 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쌀 초과 생산량은 13t 정도인데 공공비축 45만 t에 시장격리 10만 t를 합쳐도 총 55만 t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최근 쌀값 급등 사태를 볼 때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쌀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농민 단체는 생산비 급등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쌀값 폭락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쌀 공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들여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정책이 결국 밥상물가를 올려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쌀값 상승이 김밥, 도시락 등 서민 밀접 품목의 가격 인상 명분으로 작용하면서 걱정이 늘고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수매와 격리는 시장을 왜곡하고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며, "쌀값의 인위적인 부양보다는 농가 소득을 직접 지원하되 생산량은 시장 수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