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화학 신약 개발 - 식물 속 항암물질 합성 비밀 밝혀내

식물 효소가 희귀 항암물질 ‘미트라필린’을 합성하는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 자연의 화학 공정 해독으로 천연화합물 개발 계기 마련

2025-10-14     김요찬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 / 김요찬 소비자기자]

자연이 만든 항암물질의 비밀을 풀다

생명공학과 의약학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졌다.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오카나간캠퍼스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Okanagan)의 연구진이 식물이 희귀 항암 분자 ‘미트라필린(mitraphylline)’을 합성하는 과정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자연이 분자를 정교하게 변형해 생리 활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밝혀내며, 생화학의 정밀함을 보여준다.

UBC

 

두 효소가 만들어낸 복잡한 분자 구조의 비밀

이번 발견의 핵심은 두 개의 효소(enzymes)가 협력하여 작동하는 방식이다. 첫 번째 효소는 분자의 3차원 구조를 형성하고, 두 번째 효소는 미트라필린 특유의 ‘스파이로(spiro)’ 구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를 담당한다.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이 생합성 경로의 일부만 파악했지만, 이번 연구로 전체 과정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량의 천연물에서 새로운 치료제로

식물 유래 화합물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자연 속에서 극소량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미트라필린 또한 미트라그이나(Mitragyna)나 운카리아(Uncaria) 같은 식물에서 극히 적은 양으로 발견된다. 그러나 이번에 효소 기반의 ‘조립 라인’을 규명하면서,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이 물질을 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청사진을 확보했다.

 

지속 가능성과 신약 개발의 만남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녹색 화학(green chemistry)’ 기반의 신약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이제 연구자들은 복잡한 분자를 합성할 때 환경에 해로운 화학 공정을 거치지 않고, 효소를 이용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자연의 설계를 그대로 모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린 것이다.

 

앞으로의 방향과 더 넓은 영향

연구진은 앞으로 미트라필린뿐만 아니라 유사한 치료 잠재력을 가진 천연 화합물을 효소 기술로 생산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 및 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암 치료뿐만 아니라 천연물 합성, 바이오테크놀로지, 의약품 개발 전반에 걸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