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속의 독성 PFAS, 편리하지만 위험한 화학물질
표면코팅제 PFAS는 논스틱 팬, 화장품, 식품 포장지 사용 우리 몸에 축적되는 고유해성 화학물질
[소비라이프/ 이강민 인턴기자] 우리는 매일 논스틱(non-stick,음식이 팬에 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계란을 굽고, 방수 재킷을 걸쳐 입으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포장지째 들고 다닌다. 이처럼 편리하고 익숙한 일상 속에는 잘 보이지 않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PFAS(과불화화합물)’이라는 이름의 화학물질이다.
이 PFAS라는 물질은 뛰어난 발수성, 내열성,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소비재와 산업재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문제는 PFAS가 자연적으로 거의 분해되지 않아 토양과 하천, 그리고 인간의 몸에까지 축적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8% 혈액에서 PFAS가 검출된 바 있다.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전 세계가 PFAS 규제에 나서는 이유
PFAS는 그 완고한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PFAS가 암, 갑상선 질환, 면역력 저하, 발달장애 등과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PFAS는 이제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건강과 다음 세대를 위한 책임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2025년 들어 유럽연합(EU)은 PFAS 전면 금지를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법안 제정을 논의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일부 주에서 조리기구와 유아용품 등에서 PFA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최근 주요 수계에서 PFAS 오염 수치를 발표하며 “음용수 기준치를 초과한 지역이 30% 증가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대응에 나섰다. 환경부는 PFAS를 ‘고위험 유해화학물질’로 재분류하고, 수질뿐 아니라 공기와 토양에 대한 감시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25년 2월, 식품 포장재에서 검출되는 PFAS 기준치를 기존보다 20% 강화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산업계는 왜 반발하는가?
그러나 PFAS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단순하지 않다. 산업계에서는 PFAS가 여전히 핵심 기술이며 필수적인 물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도체 세정 공정,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의료기기 등 고성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PFAS를 당장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전자·자동차 업계는 EU의 PFAS 금지 움직임에 대해 “급격한 규제는 공급망 차질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예기간 연장과 현실적인 전환지원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 초, EU가 한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PFAS 함량 검사를 강화하자, 일부 기업은 대체 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기술의 편리함을 위해 건강과 환경을 뒤로 미뤄야 할까.
PFAS는 단순한 화학물질이 아니다. 이 물질은 우리가 얼마나 안일하게 익숙함에 안주해왔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얼마나 장기적이고 광범위한지를 상징하는 존재다.
다행히 대체기술 개발은 이미 진행 중이다. 2025년 1월,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PFAS를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코팅제를 상용화하며 주목받았고, 한국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보다 시간이며, 무엇보다 사회적 의지다.
이제는 규제의 칼날을 예리하게 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시민은 제품 내 화학물질 사용 여부에 대해 투명한 정보를 제공받고, 안전하게 선택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기업 역시 반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대체기술 개발이라는 미래적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PFAS는 우리가 만들어낸 ‘영원한 물질’이지만, 그것을 퇴출시키는 것도 우리의 '영원한 책임'이다.
2025년, 환경보호와 생명존중의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그 답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