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마케팅 시도하려다가…다시 위기 맞은 남양유업
“불가리스를 먹으면 코로나 예방?” 무리수 뒀다가 영업정지 2개월 잡음 끊이지 않는 남양유업, 불매 기업 이미지 각인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남양유업이 불확실한 연구 결과를 내세워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예방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홍보해 시민사회의 규탄을 받고 있다. 이전부터 경영윤리 논란이 잦았던 남양유업은 이번 일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지난 13일, 남양유업은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폐 세포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불가리스 원유를 주입했더니 전체 바이러스의 77.8%가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남양유업은 코로나 마케팅을 이용해 불가리스 매출에 효과를 봤다. 20일 A 편의점에 따르면 이달 16~19일 불가리스 매출은 전주 동기간 대비 9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B 편의점에서도 불가리스 매출은 35% 늘었다. 최근 일주일(4월 13~19일) 동안 매출은 134.6%나 증가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세종시에 행정 처분을 의뢰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이 순수 학술 목적이 아닌 자사 제품의 홍보를 위한 발표를 했다고 봤다. 조사 결과 남양유업은 불가리스의 코로나 항바이러스 효과를 담은 홍보지를 30개 언론사에 배포해 심포지엄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남양유업이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 세포 단계 실험에 그쳐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불가리스 7개 제품 중 1개의 제품에 대해서만 항바이러스 세포 실험을 했음에도 모든 불가리스 제품군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처럼 특정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세종시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 세종 공장에 2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사전 통보했다. 열흘 이상의 의견 제출기한을 거쳐 처분이 확정되면 남양유업은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남양유업 세종 공장은 전사 매출의 약 40%를 차지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추대차, 소금물, 코로나 예방 목걸이 등 코로나 증상이 호전된다는 민간요법이 성행하며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줬다. 고추대차의 경우 자신을 한의사라고 밝힌 인물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고추대를 달인 차를 마시면 코로나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러스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이로 인해 고추대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하지만 해당 정보는 모두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당시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으로 각종 민간요법과 가짜 치료제가 기승을 부렸고, 이는 제품 판매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전 사례들로 민감한 시기에 대기업이 불확실한 정보를 퍼트려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준 것은 경솔한 처사이다.
간만의 성과를 마케팅에 활용해 보려던 남양유업의 성급한 시도는 역풍을 맞았다. 16일 남양유업은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 재확산의 조짐이 드러났다.
남양유업은 이미 불매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에서 지역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 방식으로 강매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추후에 본사 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인터넷 상으로 급속히 퍼지며 전국적으로 불매 운동이 일었다.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되려 대리점주를 고소하는 적반하장 식 태도를 보이던 남양유업은 결국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한 여직원을 비정규직으로 강등하고, 임신한 직원에게 퇴사를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남양유업은 대표적인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남양유업에서 생산하는 분유 제품에서 녹슨 분유통이 나와 갓난아기가 설사와 구토를 반복했다는 제보에 오히려 해당 소비자를 블랙 컨슈머로 몰아가며 고소했던 사건으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연달아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주인 황하나 씨가 마약 관련 이슈로 여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남양유업의 이미지는 더욱 부정적으로 각인됐다.
지난해에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임직원들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까지도 수사를 받고 있다.
대리점 갑질 사건 이전인 2012년 말 94만 2,000원이었던 남양유업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20일 기준 32만 9,000원으로 하락했다. 연구 발표 다음 날인 14일 48만 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투자자들만 큰 손실을 안게 됐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한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요즘,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