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생활복 등장 후 약 10년, 달라진 점은?

후드 티, 야구 점퍼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복 등장 이중구매 부담, 교복 자율화 등에 대해서도 논의 중

2021-03-16     권하진 소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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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권하진 소비자기자] 2010년대 초반 불편한 교복을 개선하고자 셔츠 형태로 처음 등장했던 생활복. 최근 중·고등학교에서는 후드 티, 맨투맨, 야구 점퍼 등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의 생활복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편한 생활복이 적극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 및 보호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중구매 문제와 교복 자율화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존 정장 교복의 불편함과 실효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왔다. 엘리트학생복이 2018년 발표한 ‘교복 착용 시 겪는 가장 불편함’ 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10대 학생들의 39.7%가 신축성이 적어 활동이 어려운 교복을, 16%가 따뜻하지 않은 교복 재킷을 선택했다. 또 지난 2020년 상반기 스마트학생복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편한 교복이란?’ 질문에 학생들의 41%가 공부하는 데 불편하지 않은 교복, 30%가 종일 입어도 불편하지 않은 교복, 22%가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교복을 선택했다.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정의 내린 ‘편한 교복’에 현재의 정장 교복의 대다수가 일치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학생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교육 현장에서도 생활복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각 교육청도 학생과 학부모 및 보호자의 요구에 발맞춰 관내 중·고교에 생활복 도입을 장려하는 추세이다. 경상남도교육청은 지난 2019년 ‘편한 교복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경남형 편한 교복의 표준안을 제작했고, 관내 중·고교에 편한 교복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1월, 서울 전체 중·고교에 복장 형태 등에 대해 공론화를 추진하도록 권고했다. 그 결과 2019년 8월 말까지 서울 시내 중·고교(701교)의 64.2%(450교)가 공론화 과정을 추진했으며, 이들 중 76.2%(343교)가 ‘기존 교복개선+생활복’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에 생활복을 추가로 지정함으로써 ‘개선된 기존 교복 또는 생활복’ 중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생활복 도입을 위해 학생, 학부모 및 보호자, 교육청, 학교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안정화가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중·고교는 정장 교복과 생활복을 병행하고 있으며 생활복이 정장과 체육복의 중간 형태인 셔츠 등인 경우, 체육복의 역할을 하지 못하여 체육복도 따로 마련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장 교복(셔츠, 베스트, 넥타이, 재킷, 바지 등)과 생활복(셔츠, 후드 티, 점퍼 등), 체육복(상·하의)을 모두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학부모 또는 보호자들은 “막상 아이들은 편한 생활복만 입는데 모두 구매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심지어 재학 중에 새로운 생활복(후드 티 등)이 등장하면 또 새로 구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 현장에서 생활복에 대한 반응 또한 엇갈려 혼란을 주고 있다. 각 교육청과 학교장의 의견에 따라 교복에 대한 규정이 달라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옆 학교와 자신의 학교 복장 규정이 다른 것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 A 씨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서는 등·하교 시 정장 교복을 착용하고, 생활복과 체육복은 교내에서 갈아입도록 요구한다. 생활복과 체육복은 단정해 보이지 않고 소속감과 통일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교장·교감, 교사 그리고 학부모 및 보호자까지 교복과 생활복에 대한 의견이 달라 현장에서 갈등을 빚기도 한다.

한편 코로나19로 등교일이 줄어들자 ‘교복 자율화’에 대해서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가정에서 일상복을 입고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복을 착용하는 일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일부 학생과 학부모 및 보호자 등은 이런 상황에서 형식적인 교복을 구매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의견이다. 고등학생 아이의 학부모 B 씨는 “작년에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복과 생활복을 모두 맞추었다”며 “1년이 지나니 아이의 키와 몸무게가 늘어 새로운 교복(생활복)을 또다시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난감하다”고 전했다. 또 “심지어 학교에 가지 못하는 만큼 일상복을 많이 입게 되어, 일상복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학생의 편안함을 보장하고 학부모 및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교복과 생활복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