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미니멀리즘, 빛 좋은 개살구는 아닌가요?

계속되는 미니멀리즘의 유행에 본질 흐려져 오히려 과소비 경험했다는 소비자 반응 높아

2021-03-02     이현정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어느덧 하나의 생활 방식이 된 미니멀리즘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니멀리즘의 유행이 오히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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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은 본래 1960년대 시각 예술에서 유래한 예술 사조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개념이다. 현재는 '최소한주의'로 통용된다. 이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오래전부터 시작했지만, 작년 코로나 19로 인해 다시금 떠올랐다.

동영상 사이트에 미니멀리즘을 검색하면 유튜버들의 수많은 영상이 나온다.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4년 후의 변화를 찍은 영상엔 "정말 멋있다.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미니멀리즘을 해보니 청소하기가 쉬워지고, 마음도 비워내는 기분이 들더라" 등 호의적인 반응의 댓글들이 달렸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고 되레 과소비를 경험한 소비자가 적지 않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이 퇴색하고, 결국  '보여주기식' 미니멀리즘으로 흘러가고 있는 게 현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학생 A 씨는 2019년부터 미니멀리즘을 시작했지만, 올해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유튜버의 영상을 통해 미니멀리즘을 처음 접했다. 나에게 불필요한 물품을 덜어낸다는 취지가 와닿아 그때부터 계속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어느 순간 진정한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게 되더라. 멀쩡히 쓸 수 있는 물품을 버리고, 인테리어에 맞는 예쁘고 좋은 것들을 새로 사는 과소비가 반복되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미니멀리즘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B 씨는 지금까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미니멀리즘은 원래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을 각자의 사정에 맞게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행이 되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점차 그 본질이 흐려졌다"며 "유튜버의 영상이나 티비 프로그램 속 인테리어 등 단지 그들의 인테리어가 좋아서, 똑같은 느낌을 내려고 새로운 물건을 사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에선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은 미니멀이 아닌 것 같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글엔 "맞다. 미니멀리즘이랍시고 새하얀 식기구, 침구류 등을 새로 들이는 사람 많이 봤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이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다", "미니멀리즘이 아닌 미니멀리즘의 감성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결국 환경 오염만 느는 꼴이다" 등 비판의 댓글이 쏟아졌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려는 소비자의 욕구가 미니멀리즘을 통해 드러났다. 최대한 덜어내고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생활 모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본질을 기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기 이전에, 필요한 것만을 신중히 구매하는 소비 습관이 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