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도는 부(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원조 에스파냐

펠리페 2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막대한 금과 은 덕분 행정적 시스템이야말로 에스파냐 절대왕정의 전성기와 부(富)가 유지되는데 절대적 기여

2021-02-22     이강희 칼럼니스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필리핀이라는 국가 이름의 기원이 된 펠리페 2세. 그는 에스파냐의 절대군주로 소개되는 왕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시작된 식민지 경영은 펠리페 2세가 절대왕정을 이루고 에스파냐가 유럽 제1열강의 위치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대서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내해로 간주할 정도로 아메리카 전역에 행사한 에스파냐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아버지인 카를 5세 때부터 마야, 아즈텍, 잉카와 같은 문명을 정복해가며 아메리카에서 조금씩 영향력을 확대해가던 에스파냐는 지금의 볼리비아 포토시 지역에서 은광을 발견하게 된다. 마르지 않는 광산을 확보한 펠리페 2세는 자금이 들어가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군주가 되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함대를 구성해 네덜란드의 독립, 종교적 문제를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갈등을 겪던 잉글랜드와 칼레해전을 벌였고 아일랜드 반란에도 관여하며 많은 돈을 소비했다.
 
펠리페 2세는 포르투갈의 왕위 계승 다툼에서도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금과 은을 사용해 로비활동을 벌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결국, 포르투갈의 왕위를 차지한 펠리페 2세는 포르투갈이 가지고 있던 식민지까지 지배하면서 아메리카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사실 펠리페 2세는 아버지인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5세에게 에스파냐와 나폴리, 네덜란드 영토뿐만 아니라 막대한 빚까지 상속받아 네 차례나 재정적 파산을 겪었다. 하지만 펠리페 2세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카에서 들어왔던 막대한 금(金)과 은(銀) 덕분이었다. 

펠리페 2세는 식민지에서 가져온 막대한 부를 에스파냐의 부로 승화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집단지성으로 에스파냐가 운영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놓았다. 아메리카 식민지에 법원을 비롯한 각종 행정조직과 부왕령제, 공무원 순환제 같은 제도를 만든 것이다.

펠리페 2세 때 구축된 행정적 시스템이야말로 에스파냐 절대왕정의 전성기와 부(富)가 유지되는데 절대적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