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속 중국 제품 PPL,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 커져

선 넘는 중국의 문화 왜곡에 비판 의견 잇따라 중국 투자로 제작된 한국 프로그램도 '예외 아니다'

2021-02-02     이현정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사태가 계속되면서, 한국 드라마 속 중국 자본에 대한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는 물론, 과거에 방영했던 드라마 속 중국 제품 PPL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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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제작 비용은 통상적으로 회당 6~7억 원이다. 이마저도 법적으로 정해진 제작비가 아니기에, 방송사와 제작사 간 계약에 따라 늘어나는 게 부지기수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19로 드라마 제작 기간이 길어져 이전보다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tvN 드라마 ‘여신 강림’ 곳곳에 중국 제품의 PPL(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을 활용해 그 상품을 노출하는 형태의 광고)이 버젓이 보인다. 한국에서 팔지 않는 중국 브랜드의 인스턴트 훠궈 ‘즈하이궈’, 한국에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 ‘징동’의 로고가 그대로 노출됐다. 한국 드라마 내에서 중국의 상품이 간접적으로 광고된 것이다.

중국 상품의 과도하고 노골적인 PPL은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누리꾼들은 “중국 드라마인지 한국 드라마인지 분간이 안 간다”, “중국의 김치 역사 왜곡, 한복 왜곡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운데 굳이 이런 PPL을 해야만 했나”, “한국 편의점에서 한국 학생이 중국 브랜드의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게 말이 되나”며 지적했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 제품 PPL은 드라마 ‘여신 강림’ 이전에도 계속 있었다. 2014년 SBS 드라마 ‘쓰리 데이즈’에서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가 등장, 드라마 주인공이 이를 사용해 식당을 검색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SBS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도 ‘타오바오’와 중국 칵테일 브랜드 ‘RIO’가 등장했다. 같은 해 방영된 MBC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쥐메이닷컴’이 상세히 소개됐다. 2016년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중국 맥주 브랜드 ‘RIO’가 등장했는데, 드라마 주인공들이 자주 마셔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2019년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징동닷컴’의 포스터가 정중앙에 노골적으로 등장해 당황스럽다는 시청자들 의견이 많았다.

수억 원의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제작사는 PPL을 삽입한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자주 마시는 커피, 샌드위치 등이 그 예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PPL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시청자는 간접 광고의 목적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소비한다.

하지만 중국의 제품을 PPL 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PPL은 프로그램 제작사와 기업 간의 상생을 만든다. 간접 광고 제품의 노출로 기업은 이익을 얻고, 프로그램 제작사는 그 대가로 제작비를 얻기 때문이다. 즉, 중국의 제품 PPL은 국내 프로그램 제작사와 중국 기업의 상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산업에까지 중국의 투자가 점령하는 것과 다름없다. ‘차이나머니’가 언제든지 한국 문화를 지배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국의 문화 왜곡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유명 유튜버 ‘햄지’가 “김치는 한국 음식”이라고 발언한 후, 중국 동영상 사이트 내 햄지의 모든 영상이 삭제됐다. 중국에선 ‘햄지’가 용서받으려면 “김치는 중국 음식”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의견이 쇄도했다. 이에 유튜버 ‘햄지’는 “김치는 당연히 우리나라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김치를 중국 음식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중국 활동을 하지 않겠다”며 단호히 의사를 표했다.

또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된 ‘매듭장’을 소개하는 게시물에는, 중국 네티즌이 “중국 매듭은 중국 특유의 손뜨개 공예품으로 몸에 나타난 정교함과 지혜가 담긴 중화 고대 문명의 한 측면”이라면서 문화 왜곡 댓글을 남겼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동아리가 만든 ‘프로젝트 숨(soom)’에 올라온 이 게시물을 시작으로 다른 게시물에도 이 같은 댓글이 달리자 ‘프로젝트 숨’ 계정 운영자는 논란이 될 만한 댓글들을 삭제하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운영자는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의 환경, 자연과의 상호작용, 역사에 따라 재창조되고 정체성과 지속성의 인식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무형문화유산의 의미를 언급했다. 운영자는 논란이 된 댓글에 대한 생각도 밝혔는데 “문화 소유권 주장은 국제 사회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강조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중국의 문화 뺏기에 소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내 드라마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선 “프로그램이 재밌다고 분별없이 소비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중국은 문화를 왜곡하고 한국을 점령하려 하는데, 왜 한국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나”, “중국의 투자가 들어간 프로그램은 앞으로 절대 소비하지 않겠다”,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다.

국내 드라마 산업 관계자들에겐 흐름의 변화가 곤혹스럽다. 중국 자본이 없다면 결국 콘텐츠 생산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드라마 산업 성장 이전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 고유의 문화를 뺏기고, 왜곡 당한다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더는 우리의 것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역시 그저 지나칠 게 아니라, 날카로운 시선으로 항상 경계하며 소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의 투자로 제작된 한국 프로그램 소비를 지양하고, SNS를 이용한 챌린지를 통해 인증하기, 국내 기업의 투자로 제작된 프로그램 알리기 등 실천 가능한 대안들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