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맹견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위반 시 과태로 300만 원… 실효성 의문

맹견 5종으로 제한… 다른 견종 사고 시 대책 없어 현재 상품 출시 신고한 곳은 하나손보 1곳… 시장 규모·수익성 매력 없어

2021-01-13     이소라 기자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동물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맹견 견주들은 오는 2월 12일까지 의무적으로 맹견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가입 대상이 일부 견종에 국한되고 보장 한도도 낮아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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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스피츠를 공격해 죽이고, 반려견을 지키려던 견주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로트와일러 견주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로트와일러는 과거에도 다른 반려견을 공격해 죽게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사건을 방지하고자 내달 19일부터 맹견 소유자는 배상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등 동물보호법상 맹견 5종에 대해 적용한다. 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맹견을 키운다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험 가입 후 맹견이 타인을 물어 사망하거나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8,000만 원, 다치면 1,500만 원을 보장한다. 또 다른 동물에 상해를 입히면 200만 원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 물림 사고가 견종 구분 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5종으로 한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80대 노인을 물어 숨지게 한 배우 김민교의 반반려견은 벨지안 쉽독이었으며 2017년 발생한 가수 최시원 반려견의 개 물림 사고의 견종은 프렌치 불독이었다. 이 견종은 맹견 5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험사들이 관련 보험 출시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현재 하나손해보험 1개사만 상품 출시를 위해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출시 예정일 30일 이전에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신청을 한 보험사가 턱없이 부족한다. 견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적은데 과태로 등 불이익은 견주들만 받게 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맹견 책임보험 가입대상이 5종의 맹견 소유자에 한정돼 있고, 약 2,000마리에서 6,000마리 사이의 맹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작으니 이익 또한 적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의무보험인 만큼 보험료 인상에도 제한을 받아 관심이 크지 않다”라며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점도 뛰어들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도 ‘매력’을 끌지 못하는 보험 상품은 지속되기가 힘들다. 금융소비자연맹 측은 “예측되는 맹견보험 시장 규모가 작고 그동안 축적된 사고 데이터 등 위험비율 등과 같은 고려할 내용이 없어서 보험사의 상품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한 다음에 제도를 출범해서 소비자와 보험사가 만족하는 제도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