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종사자 보호책 도입, 소비자 부담 가중되나

표준계약서 작성, 복지 확충, 기업 책임 강화 등 추진될 전망 기업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제기돼

2020-12-22     최명진 소비자기자

[소비라이프/최명진 소비자기자] 21일 고용노동부와 일자리위원회는 배달·대리운전 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보호책에는 표준계약서 작성, 종사자 복지 확충, 기업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러한 방침은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 및 소득 불안정성을 경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늘어난 기업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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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종사자’는 스마트폰 앱 등을 매개로 일하는 배달기사나 대리기사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산업이 팽창하며 플랫폼 종사자의 수 역시 급증했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플랫폼 관련 직업에 종사하기 시작한 사람은 179만 명으로, 이는 15~64세 취업자의 7.4%에 해당한다. 또한, 현재 플랫폼 종사자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이들의 업무량은 절대 적지 않은 수준이다. 가령 배달대행 업체 B사의 경우 지난 8월 30일 접수된 주문량은 7월 동일 대비 26%가량 증가했지만, 배달 인력은 7.9%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택배회사 종사자 등 오프라인 플랫폼 종사자와 달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디지털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하는 것이 이번 보호책의 취지라고 밝혔다.

플랫폼 종사자 보호 대책의 핵심은 내년 1분기까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법률 제정을 통해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등을 보장하는 노동관계법의 적용 대상을 플랫폼 종사자까지 확장시키고 플랫폼 기업에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이용계약은 주로 플랫폼 회사와 배달대행업체 사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배달기사와 대행업체 간 명시적인 계약서가 없어 배달기사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존재해왔다. 표준계약서에는 수수료, 계약 기간, 불공정 거래 금지, 종사자 안전 관리, 분쟁 해결 절차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 복지 확충을 위해 ‘주로 하나의 사업자에게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 폐지를 추진해 산재·고용보험 가입을 확대시키고 자유로운 단체설립 등 이해당사자의 협의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또한, 민관 합동 ‘이륜차 보험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 부담 완화를 통해 배달량 급증으로 커진 사고 위험성을 줄이고, 배달업의 경우 인증제와 등록제를 추진해 요건을 갖춘 업체만 배달대행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설립 자격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는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해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보호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 비용으로 늘어난 기업의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이 적용될 경우 플랫폼 종사자와 업체는 보험료를 내고 종사자는 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받게 되는데, 전문가들은 기업과 종사자 부담분 이외에 소비자들이 내는 배달료도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근무 시간 축소와 비용 부담으로 인한 인력 감축으로 인해 기사 공급난이 심화돼 소비자들의 불편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노동계 역시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별도의 법안을 만드는 것은 이들을 통상 근로자 개념에서 배제하려는 시도임을 주장하고 있어 정부의 입법 과정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증가할 플랫폼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소비자와 노동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