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인구주택총조사 '사생활 침해' 논란 잇따라

지나치게 민감한 질문... 개인정보 침해 우려 조사 항목 개선 민원 빗발쳐

2020-11-13     김혜민 소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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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통계청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실시하고 있는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항목 가운데 지나치게 민감한 정보를 묻는 질문이 포함돼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는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모든 내·외국인과 주택의 규모 및 특성을 파악하여 나라 살림 설계에 활용하는 국가 기본 통계조사다. 인구주택총조사는 1925년 처음 도입되어 전체 가구의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5년 주기로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 항목 중에는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지', '사생아가 있는지', '출산한 자녀 중 사망한 자녀가 있는지', '정확한 직장명', '재혼의 경우 초혼 시기가 언제인지', '혼자 사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답변하기 불편한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조사를 진행하는 조사자뿐만 아니라 질문을 받는 주민 모두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며, 이같이 상세한 정보 요구는 지나친 개인 신상 침해라는 것이다.

방문 조사를 받은 몇몇 시민들은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라 답하기 싫다", "방 개수나 회사 이름 등을 굳이 왜 묻는지 모르겠다. 답변하는 내내 불편하고 당혹스러웠다", "결혼기념일이나 음력 생일이 왜 정책 반영에 필요한 데이터인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정보 아닌가", "내가 물을 끓여서 먹는지 사서 먹는지는 왜?" 등의 반응을 보였으며, 인터넷 조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막상 참여하려고 보니 사소한 개인정보를 적는 칸이 너무 많아 불안한 마음에 중간에 꺼 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조사를 통해 감시받고 통제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불쾌감을 토로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경인지방통계청 수원사무소의 경우 이와 같은 민원이 많게는 하루 5건 접수되고 있으며, 전국 단위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구주택총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는 법 조항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에 통계청은 "통계법 제 33조에 따라 엄격히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남에게 누설되지 않으며, 조사 중 알게 된 사항은 통계 생산의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지 않으므로 안심해도 좋다"며 "사회와 경제의 변화에 부응해 이를 보다 자세하게 반영할 수 있는 조사 항목을 정부나 연구소 등 조사 이용자들의 수요 조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거쳐 선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조사 항목은 유엔에서 권고한 것들이며, 가령 마시는 물에 대한 질문의 응답은 수자원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1인 가구나 혼자 산 기간에 대한 질문의 응답은 가구 분화 및 1인 가구 형성 사유와 기간 파악을 통해 가족 정책의 기초 자료 제공을 위한 것"이라 답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또한 높아진 현시점에서,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요구하는 조사 항목에 대해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구주택총조사 질문에 사생활 침해 내용이 많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조사 과정에서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이 많아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개인신상에 관한 질문 내용 중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지', '사생아가 있는지' 등 불편한 질문이 다수 포함돼 있어 조사를 진행하는 조사자나, 질문을 받는 주민 대다수가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경인지방통계청 관계자는 "해당 민원은 인구주택총조사가 왜 필요한지 국민적 인식이 낮아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방문 조사원들에게 주민 응대법을 교육하고 TV 광고 등으로 조사 필요성을 홍보하는 등으로 보완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