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

민관협의체가 1년간 16차례의 만남 끝에 만든 합의안 무산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발과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 대립 중

2020-10-08     박민준 소비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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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박민준 소비자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출판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13명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16차례 회의를 거쳐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관한 합의안을 만들었다.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국민 청원이 청와대에 올라오는 등 국민들의 도서정가제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문체부는 합의안의 내용을 수정해 기존의 도서정가제의 가격 제한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제시했고 출판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예외 서적 없이 발매일과 상관없이 최대 10% 이내로 할인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뒀고 가격할인을 포함한 경품이나 포인트 적립이 책값의 15%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다만 발매 이후 18개월이 지난 서적의 경우 정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된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타당성을 검토해야 했다. 2017년엔 201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를 유지했다. 3년이 지나며 도서정가제를 다시 개편할 시기가 다가오자 문체부는 이해관계자들과 1년 동안 협의를 했고 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20년에 들면서청와대에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여론을 의식한 문체부는 장기 재고 도서와 도서전의 도서를 도서정가제 적용에서 제외하고 할인 폭은 유지하되, 재정가 허용 기준을 확대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통해 할인 효과를 제공하려 했다. 또한 전자책의 할인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고 웹툰과 웹소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완결된 전자콘텐츠에만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문체부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는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문체부의 개정안은 '장기 재고 도서 및 도서전 도서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 유지'라는 합의안의 내용을 어겼으며 개정안과 같은 도서정가제 완화가 결국 동네서점을 무너뜨리고 대형 서점 및 온라인 서점 위주로 도서 시장을 개편할 것이라 주장했다. 도종환 국회 문체위원장은 "책은 적정 가격에 유통돼야 하는 공공재"라며 "도서정가제란 안전장치가 서점의 생존에 크게 기여한다"고 밝혔다. 출판업계와 작가들은 "도서정가제가 출판시장의 다양성을 보존하고 신인 작가 발굴에 기여하므로 현행 도서정가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판계 및 서점업계에선 도서정가제를 통해서 다양한 신인 작가들이 발굴되고 동네서점이 살아날 수 있었다며 도서정가제의 유지 및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만약 도서정가제가 개정안처럼 완화되면 소비자들은 책이 장기 재고로 전환돼 할인될 때까지 소비를 아낄 것이라 주장했다. 결국 자본력에서 차이가 있는 대형 서점 위주로 시장이 개편되고 상업성이 뛰어난 책들만 출판되며 출판문화가 퇴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통해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도서정가제에 대한 반발을 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의 도입 이후, 1인당 독서율과 도서 구매율이 오히려 하락했으며 동네서점과 관련이 없는 전자 출판물 시장까지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면 큰 후생 손실이 초래된다며 도서정가제의 완화 및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는 현재 나온 개정안은 세부 내용이 확정된 게 아니며 출판계의 입장을 고려해 민관협의체의 의견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정가제의 적용이 동네서점의 생존에 도움이 되고 다양한 작가를 발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의 제한을 통해 소비자들의 후생을 침해하고 있다. 따라서, 도서정가제 개정안은 장기적 관점에서 출판업계를 비롯한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소비자들의 후생을 고려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